▲조경태 국민의힘 의원(6선·부산 사하을)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남소연
"이 나이에 당에서 가장 어른이 됐다."
부산 사하구을 지역구에서 '또' 당선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너스레를 떨었다. 여당의 역대급 총선 참패 속에서도 '동일 지역구 연속 6선'이라는 기록적 성과를 거둔 결과였다.
격세지감. '노무현의 자원봉사자'로 정치에 발을 들인 그는 2004년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험지' 부산 사하구을에서 처음 당선됐다. 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에서 내리 당선됐고, 2016년 새누리당으로 당과 진영을 옮겨 6선까지 성공했다. 철새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자신의 인물 경쟁력을 스스로 증명해 온 셈이다. 그 결과, 1968년생으로 50대 중반에 여당의 최다선 의원이 된 그는 이제는 보수의 존폐를 걱정하는 입장에 섰다.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아 당내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이제는 같은 이유로 그의 발언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총선 참패 과정을 복기하는 조 의원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우선 조 의원은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한동훈 지도부'의 선거 캠페인 실패를 꼽았다. 그는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보다는 민생과 서민 경제를 더 강조하는,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의 이슈를 내놓지 못한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비판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조 의원은 "국정 방향을 확 뜯어고쳤어야 했다"며 "결국 일반 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인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 차임에도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조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은 정치적 공세"라며 야당의 특검 요구를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것 또한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결국은 민생경제하고 연결된 거다. 국민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해소될 거다. 먹고 사는 게 어려우니까 특정 인물에 대해 그렇게 많은 불만이 형성되는 것 아닌가. 결국 이런 부분까지 정부가 감안해야 한다."
다음은 조 의원과 일문일답.
"이조심판론, 여당으로서 책임감이 결여된 캠페인"
- 한 지역구에서 6선을 했다.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6선을 했지만 초선 때와 생각이 같다. 저는 매주 부산에 내려가 주말 없이 지역구 관리를 해왔다. 그런 진심이 통했다고 본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선수가 높아질수록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 국민의힘이 부산에선 선전했지만 전체 결과를 놓고 보면 참패했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구도 싸움에서 졌다고 본다. 민주당 입장에선 정권심판론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야당에서 정책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당이 이재명·조국을 심판한다는 게 웃기지 않나. 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이 결여된 선거였다고 본다. 이조심판론보다는 민생을 좀 더 강조하고 서민 경제를 더 강조하는, 책임 정당으로서의 그런 이슈를 내놓지 못한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물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굉장히 애를 썼고 고생을 많이 했다. 다만, 캠페인에 있어서 야당의 프레임에 우리가 스스로 갇히는 형태로 간 것이 패배의 원인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