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행성> 표지
아름드리미더어
생각해보니, 이런 형식의 만화는 처음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청각적인 요소를 부각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직접 노래와 만화를 연결해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었던 경우는 없었다고 여겨진다. 물론, 있을 수도 있지만 QR코드의 형태로 시도한 텍스트는 나에겐 처음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배경음악은 필수이지만, 만화책 자체에 이런 시도를 한 것은 낯설어 보이는 광경이라 만화가 김소희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마음을 갖고 이 작업을 이행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책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 독자들은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화'의 형식을 새롭게 경험하고 느낄 수 있다. 만약, 이런 실험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만화책(그래픽 노블)에선 주제곡과 배경음악이 삽입된 만화책을 경험할 수도 있겠다. 나아가 다른 장르도 QR코드로 음악을 삽입할 수도 있겠다.
소외된 존재들끼리 함께
그러면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 소개해 볼까. "물건도 사람도 쉽게 버려지는 시대에, 한 가족의 연대와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처럼, <먼지 행성>은 가족 간의 끈끈한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이 가족은 혈육으로 맺어진 가족이라기보다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거나 누군가로부터 버려진 존재들이 모인 가족이다. 서로 상처 입었기에 그 상처를 가슴속 깊이 어루만져주며 소중함을 느끼게 된 가족의 형태다. 그렇다면 이 만화에 등장하는 가족인 '나오', '츄리', '리나', '깜(깜이)'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나오는 스스로를 고립한 인물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딸 세라가 있었다. 세라는 바쁘고 부지런했다. 나오가 중독자 격리 병동에 있을 때, 마지막 출장을 다녀오면 같이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나오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떠난 출장에서 세라는 사고를 당하고 나오는 딸을 평생토록 보지 못한다.
이 일로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파견 갔다 돌아오지" 못한 이유에 대해 회사에 항의하며 3년간 투쟁한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한다. 그는 이 사건 이후, '먼지 행성'에 자신을 유배시킨 채, 중앙 정부의 지시에 따라 쓰레기를 관리하며 살아간다. 나오의 친구 츄리는 "떠돌이 상인이었는데, 시민 등록이 되지 못해 이곳에 정착"한 인물로 술을 좋아하는 마음씨 좋은 사람이다.
리나는 어린 시절 쓰레기 캡슐에 담겨 '먼지 행성'에 버려졌다. 버려진 이후에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버려진 고양이 로봇(깜이)을 만나기 전까지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다. 호기심이 많고 당당한 리나는 어린 시절 큰 상처를 품고 있었지만, 마음씨 좋은 나오와 츄리를 만나 새로운 가족을 꾸린다.
이처럼 <먼지 행성>은 자의적이든 타의든 '먼지 행성'에 버려진 나오와, 츄리, 리나 그리고 로봇 고양이 깜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들은 다른 행성에서 버린 쓰레기를 뒤지며 필요한 것을 찾고, 팔 수 있는 물건을 따로 모아 돈을 모은다.
그들이 이렇게 돈을 모으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쓰레기 처리 빔"이 발명되었기에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쓰레기 처리장이었던 '먼지 행성'은 이제 더 이상 쓸모없게 된 것이다.
이 말은 이 행성에서 살고 있는 존재들 역시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런 불안한 예측은 현실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오는 가족들에게 버려진 쓰레기를 앞으로는 매물로 내놓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다짐은 숲으로 돌아간다. 오랜 시간 모은 돈으로 중고 우주선을 사야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와 츄리는 어린 시절, 먼지 행성에 버려진 '리나'만이라도 새로운 장소와 공간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되돌아올 수 없는 낡은 우주선을 띄운다.
누군가를 부품으로 소비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