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세의 마누엘리타(Manuelita) 할머니와 쌍둥이 손자 헤수스(Jesus)와 이르빙(Irving). 단지 반나절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재회의 모습은 반가움으로 가득하다.
이안수
- 당신을 만난 지 몇 년 만에 그가 떠났고 왜 떠났을까요.
"우리는 12년 동안 데이트를 했어요. 어느 날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12년 동안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말을 거절할 필요가 없었죠. 결혼 후 나는 아이가 갖고 싶었지만 3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나는 어머니의 역할에만 빠지게 되었죠. 그는 내 사랑을 아기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낳으지 1년 만에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녀와 함께 떠나버렸죠. 그 여자에게도 아이는 있었는데 말이죠."
- 순순히 그를 놓아주었나요.
"한 살짜리 딸을 남겨두고 떠날 수 있는 것도 그의 용기라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딸과 함께라면 결혼생활이 이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우리의 결혼에서 마리아나가 태어났으니까요. 그가 떠난 지 20년이 되었지만 다시 그를 만난 적은 없어요. 그래서 '야! 너 왜 나를 떠났어?'라고 물어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혼 상태는 아닙니다. 별거인 셈이죠."
- 결혼한 많은 멕시코 남자들이 부인에게 충실하지 못한거 같더라고요.
"인정하기가 고통스럽지만 그런 남자들도 많이 있죠. 나이를 먹어 저절로 성인이 되었지만 정신은 여전히 미성숙한 사람들이죠. 그렇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아요."
- 멕시코에서 부인에게 불충실한 남자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요.
"어머니들의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부장제 안에서 살면서 어머니들은 남자아이에게 유독 관대하고 항상 더 많은 것들을 허용해왔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엄마들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약속과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방식으로 자식을 교육한 셈이죠."
- 당신의 딸이 남자를 사귀는데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마리아나가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을 때 이 말을 해주었죠. '딸아, 세상에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단다. 책임감이 있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다. 그가 잘생겼는지, 춤을 잘 추는지에 대해서는 상관치 말아라. 부디 책임감 있는 남자를 만나라. 그런 남자는 한번 한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너와의 약속을 어기는 남자라면 네가 먼저 떠나거라. 그는 너의 아버지 같은 남자일 테니...'"
- 재혼을 할 생각은 않으셨나요?
"일에 더 빠져들면서 남자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가끔 외로울 때는 미사에 가거나 소설 쓰는 법을 배우면서 그것을 잊었어요. 지금은 단편소설 쓰기에 전념하고 있어요. 출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듯 저 자신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 당신의 결혼 전 꿈은 무엇이었나요?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싶었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가족을 갖고 싶었고, 아이를 갖고 싶었으며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 모든 꿈을 이룬 셈이군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워크숍을 통해서 계속 글 쓰는 것을 향상시킬 것이며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 책을 출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살기 힘들 때에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물론입니다. 최악의 순간에도 당신을 만나러 오는 좋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들의 미소만으로도 그다음 날 슬픔과 걱정의 마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함께 살고 서로 돕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는 멋진 이유이죠."

▲ 5월 10일 어머니날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모시고 외식을 나온 손녀.
이안수
한 살짜리 딸을 두고 다른 여자와 함께 떠나버린 남편 몫까지 홀로 감당하며 딸을 키워오신 마리사씨. 그녀는 떠난 남편을 탓하기보다 공설시장에서 한때 사랑해서 딸을 얻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식료품과 유제품 판매점 궁수자리(Abarrotes y Cremeria el Sagitario)'를 운영하며 모녀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 가게 이름 '궁수자리'는 황도 12궁의 하나로 마리사 씨의 어머니의 탄생 별자리이다.
마리사(Marisa Isabel)씨의 어머니는 마리아(Maria Guadalupe), 딸의 이름은 마리아나(Mariana Guadalupe)이다. 멕시코 전통에서 자녀의 작명은 이름 뒤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이 모두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경우 아버지의 성이 먼저 표시되고 그 뒤에 어머니의 성이 표시된다. 이 가정의 경우, 가게의 이름을 비롯한 모든 이름에 여성만 있다. 마치 멕시코에서 여성의 직위와 역할을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부부가 머무는 이곳은 차가 지날 때마다 모래먼지가 날리는 가난한 동네, 라린코나다(La Rinconada)다. 이 동네에서 맞이하는 '어머니날'를 통해 행복한 삶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행복의 조건은 큰집과 그 집을 빼곡하게 채운 브랜드 상품들이 아니라 이해의 마음으로 채워진 곳에서 장미 한 송이 건네는 것임을 알겠다. 마리아나가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빵가루를 입힌 닭가슴살튀김'을 해드리듯 지금 아니면 안 될 일들에 시간을 쓰는 일임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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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성 따른 딸, 멕시코에서 만난 모녀가 전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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