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과 화살, 그리고 궁대(화살띠). 의열단의 도시 밀양에서 열리는 대회이기에 특별히 '조선의용대' 대원들이 착용했던 뱃지를 달고 출전했다.
김경준
"관중이오!"
첫 발부터 화살이 시원하게 과녁의 정중앙을 때렸다. 그러나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던가. 그다음부터는 엉망이었다. 정면을 향해 곧게 날아가던 화살이 과녁에 도달하기 직전에 자꾸만 오른쪽으로 빠졌다. 풍기(활터에서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세워둔 깃발)를 보니, 오른쪽을 향해 부는 바람이 만만찮았다.
이후 과녁의 왼쪽 방향으로 일부러 '오조준'을 해가며 나름대로 바람을 계산해보려 했으나, 화살은 어김없이 과녁보다 오른쪽에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거라고 했던가. 하지만 이날 나는 계산에도 실패, 극복에도 실패했다.
최종 성적은, 15시 3중(15번 중 3번 과녁에 꽂힘). 지역 대회에서도 이렇게까지 처참한 성적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전국대회 신고식치고는 참 쓰라린 결과였다.
애꿎은 바람을 원망해보기도 했지만, 이내 결과를 담담히 수용하기로 했다.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3순을 잇달아 관중시켜 15시 15중을 달성한 고수들도 있었다. 그들에게도 바람은 공평하게 불었을 것이다. 결국은 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