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비정규직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과 여성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1095명의 여성노동자, 최저임금의 현실을 말하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가 없다. 지난해 물가인상률은 3.6%에 육박했고, 실질임금은 1.1% 감소했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가벼워진 '텅장'이 카드 출금일까지 살아남아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런 시절에 여성노동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전체 여성노동자의 49.7%가 비정규직이며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2023년 기준 163만 원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이 기준임금이 된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곧 자신의 임금 인상률인 상황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3.8%로 역대 정부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 위원회는 2025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회의를 진행 중이다.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여성노동자들이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지난 5월 2일부터 5월 16일까지 2주간 현재의 삶과 최저임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여성노동자 1095명이 응답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32.1% 생활비 30만원 이상 증가
'계속적인 물가인상으로 현재 생활비가 전년 동월 대비 얼마나 증가했다고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32.1%(352명)가 "30만 원 이상"이라고 가장 많이 선택했다. 30.0%(328명)가 "20만 원 이상~30만 원 미만", 21.8%(239명)가 "10만 원~2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큰 변화가 없다"는 답변은 7.2%(79명)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6개월 간 생활비 상승으로 빚이 생겼냐'는 질문에 55.8%(611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대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출 규모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1095명 중 18.7%(205명)가 "100만~400만 원 미만"의 생활비 대출이 있었으며, 16.3%(178명)가 "100만 원 미만"의 빚이, 8.2%(90명)가 "400만~700만 원 미만"의 빚이, 6.3%(69명)는 "1000만 원 이상"의 빚이, 5.5%(60명)가 "700만~1000만 원 미만"의 생활비 대출이 있었다.
대출을 받은 금융권을 묻는 말에 대출 빚이 있는 응답자(611명)의 48.9%(299명)가 제1금융권이라고 응답했다. 제2금융권은 28.0%(171명), 지인대출은 12.8%(78명)의 분포를 보였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65%, 생활비 상승으로 빚이 생겨
고용형태별 생활비 대출규모를 살펴보면, 비정규직 응답자 중 65.0%(498명)가 지난 6개월 간 생활비 상승으로 빚이 생겼다고 응답했는데, 이에 반해 정규직 응답자는 34.1%가 생활비 대출이 있다고 응답했다. 1000만 원 이상의 빚이 생겼다는 비정규직 응답자 비율은 정규직 응답자 비율의 2.5배나 됐다.
생활비 대출이 있는 응답자 611명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을 비교하면, 비정규직은 81.5%(498명), 정규직이 16.0%(98명)으로 비정규직이 앞도적으로 많았으며, 해당사항없음은 2.5%(1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가인상 등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큰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대출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