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제작단 기초교육 브로셔 올 2월에 개국한 전주 공동체 라디오는 시민들이 만드는 방송으로 전주지역내 반경 5~10 킬로미터 지역을 청취권역으로 설정하여 방송하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주민제작단 교육은 5기로써 9회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전주공동체라디오
여기에 몇 사람들의 조언과 권고가 계기가 되었다.
'말하고 싶은 게 많은 입장에서 공동체 라디오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생기네요. 아직 많지는 않겠지만 공동체 라디오는 어떤 사람들이 듣고 얼마나 많이 들을까요?'라는 나의 질문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해 준 오광민 이사의 답은 이런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방송을 누가 들을지 몰라요. 지구 건너편 누군가가 들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제작을 해야 해요 우리 이야기를 하는 거지만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임하면 어떨까 싶어요."'지역 내 방송의 청취자가 우리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 건너편의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고?' 충격파와도 같은 진동이 내 안에서 이는 순간이었다.
'맞다 그게 지역이고 그런 지역으로 연결된 게 세계지~'라는 나의 지론과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깨달음이었다.
4월 초부터 이렇게 시작된 고민과 접근, 그리고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진 이야기의 시작을 이렇게 소개하는 바이다.
용기있게 시작된 도전과 달리 자신감을 잃어간 과정, 그리고 반전
9차 과정으로 이뤄진 교육이 얼마 전 끝났다. 마지막 과정은 그간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작성해 온 '기획안'을 가지고 스스로 진행자나 제작자가 되어 방송을 제작해 보는 시간이었다. 교육의 회차가 올라가고 마무리가 다가올수록 '그래 별거 있어? 하려던 이야기들 잘 정돈해 전달하면 그만인 거지 몇 명이 듣는 게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말이 좀 덜 매끄러우면 어때 전하는 이야기가 공감이 가면 되는 것 아냐?'와 같은 다짐과 각오가 시작할 때의 그것들이다. 그러나 점점 바뀐다.
'(나의) 이야기가 과연 이렇게 전파를 타고 가서 사람들에게 들리고 판단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가지고 있는 거니? 나무를 베어 글을 담아낼 책으로 쓰일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함부로 책 같은 것 쓰지 않겠다고 다짐해오지 않았나? 그거랑 이거는 다른 거야???'와 같은 고민으로 바뀐다. 자신감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분명하지 않은 말투, 집어삼키는 것 같은 발음 습관...' 등등의 단점이 부각된다. '그래도 끝까지 마치고 실습방송까지는 만들어봐야 하지 않겠어? 방송을 내보낼지 말지는 그다음 이야기고....'라는 합의점을 찾아 교육과정의 마무리인 방송제작 실습을 하는 날이었다.
6월 말까지는 바쁘고 7월부터는 시간을 맞춰가기로 한 현정씨와 시간을 맞춰 녹음을 하였다. 배운 대로 이뤄지지 않고 녹음 시작을 누르지 않고 한참 이야기 하다 다시 하기, 녹음 시작은 눌렀으되 줄여놓은 마이크 볼륨을 다시 올리지 않아 소리가 담기지 않는 구간 발견.... 등등의 우왕좌왕을 겪고 2시간의 예약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마무리되었다. 미처 편집은 하지 않고 반복된 구간만 잘라내고 얼개로 잡아두었던 방송진행 시트에 근거해 35분짜리 파일을 마무리하였다.

▲테스트방송 편집화면 35분 분량으로 정리된 테스트 방송. 이 방송은 송출되지 않고 이 내용 그대로를 다시 담아 편성시 첫방송으로 내보낼 생각이다.
김길중
그리고 듣는다.
재생된 파일에서 지난해에 파리의 리볼리가에서 찍었던 사진을 가지고 현정씨가 읽어 나가는 '현아가 읽어주는 사진 한 장' 코너 구간이 들린다.
"출연자가 가지고 나온 사진을 읽어 주는 시간입니다. 눈은 감으시고 귀를 열고 상상의 눈으로 들어보세요. 먼저 야트막한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5층쯤 될까요? 유럽의 어느 도시 같은데 자동차가 잘 보이지 않네요. 한 차로에만 자동차가 보입니다. 맨 앞에 보이는 건 승용차 그 뒤엔 버스 그리고 도로 가운데에 세 사람이 보입니다. 한국 사람들처럼 보이는데요. 배경음악으로 깔린 노래가 힌트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여기가 어느 도시일까요? 사진을 가지고 나오신 길벗님께 여쭤보겠습니다."
현정씨가 이렇게 읽어나가는 중간 '오 샹젤리제~'가 배경음악으로 페이드인 되고 깔렸다가 페이드 아웃되어 간다. 현정씨의 목소리와 나의 글, 그리고 사진과 배경음악이 콜라보를 이뤄 하나로 연결되어지니 제법 근사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스스로가 주문 외우듯 '제법 방송 같은 걸~ 방송 같아~~~'라고 외쳐댄다. 아마도 부담으로만 가득했던 지나갈(?) 시간들을 마친 데 대한 스스로의 위안이었던것 같다. 과함하게 용기를 냈고 과제를 제출했다. 아울러고 같이 교육에 참여했던 동기들과 지인 몇 사람들에게도 공유했다.

▲파리 리볼리가 시험방송에서 현아씨가 읽은 파리에서의 사진한장.
김길중
어설픔과 채워야 할 여러 가지가 스스로에게서도 여러 대목 확인되지만, 응원의 마음이 컸을 이 사람들의 격려가 나를 고무시킨다. '도시 이야기를 이렇게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기대가 돼요. 사진 한 장이 특히 인상적이던데요?' 등등의 반응이다.
아직 결론난 건 없다.
그러나 이런 글을 쓰는걸 보아 하니 스스로는 마음을 정리해가는 모양이다.
공동 진행자인 현정씨, 그리고 도와줄 몇몇 사람들과 함께 최종적으로 결심하는 일이 남았고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를 통해 9월에 있게 될 개편에 맞춰 편성을 신청하고 승인 받아야 하는 일들이 남아있다. 이후 이 과정들을 좀 더 적어 나가고 방송이 시작되면 수없이 많이 등장될 도시들을 통해 이야기 되어질 전주 이야기를 담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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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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