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거나 공동체 마을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호주 바이런베이에서 버스킹하는 모습
제임스
어린 시절 제임스는 역시 세계를 여행하며 살아온 부모님과 종종 '프로젝터의 밤'을 즐기며 자랐다고 한다. 부모님이 젊은 시절 인도, 이집트, 네팔,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을 여행했던 옛날 사진들을 어두운 거실에서 상영하며 다양한 모험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다.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여행의 꿈을 키워주었다.
11살 때부터 기타를 배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웠고, 대학에서는 천체 물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과학자로 일하며 여행 경비를 저축하고 5년 전에 드디어 세계 여행길을 떠났다.
"한 번은 네팔을 여행하며 아이들과 축구를 같이 했는데, 공기로 부풀린 비닐 봉지가 축구공이었어요. 공을 차다가 공기가 모두 빠져나가면 아이들은 다시 신나게 바람을 불어댔습니다. 모두들 환하게 웃고 있었지요. 비닐 봉지 하나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아이들을 보며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캠핑카를 타고 여행했다. 광활한 산과 강, 바다, 화산 등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졌다.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동한 것이 2019년 10월, 앞으로 닥칠 재앙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때였다. 2020년이 되자 곧 호주는 코로나로 완전히 차단되었다.
엄청나게 비싼 비행기값을 치르고 웨일즈로 돌아갈 것인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돈의 시간이지만 호주에 남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남기로 결심했다. 이것이 결국 한국이라는 나라를 만나게 된 계기가 됐다.
"코로나 기간 동안 호주 퍼스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 40명이 함께 갇혀 지냈어요.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일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가 선생님이 되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기술을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음악을 가르쳤고, 요가나 언어를 가르쳐주는 사람도 있었지요. 그곳에 한국 친구도 있었는데, 한글을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것이 씨앗이 되어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