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세우스
pixabay
첫째로 고른 책은 <오디세이아>였다. 남자 고등학생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고르다가 고민 끝에 선택한 책이었다. 꽤 두껍지만 정해진 진도가 없으니 서두르지 않았다. 아이들의 속도에 맞게 책을 읽어갔다. 다만 계속 책 읽기만 할 수는 없으니 매시간 조금씩 다른 질문을 주고 답변을 하게 했고 중간중간 다양한 활동을 넣으려고 노력했다. 글쓰기, 대화, 모둠활동, 장면 그리기, 질문 만들기 등등.
하나씩 보면 그다지 새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규 수업 내내 책을 읽고 이런 독후활동 위주의 수업만 하는 건 처음이라 늘 고민의 연속이었다. 심화 주제를 잡기 위해 논문도 여러 편 읽어야 했다. 전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잘 따라와 주었다. 지나가다 우연히 우리 교실을 살펴본 동료는 생각보다 애들이 책을 잘 읽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말을 전했다(얼마나 기대를 안 하신 건지 ㅎ).
그러다 문득 내가 이렇게 고민하며 수업을 이어나간 게 얼마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전에 이렇게 지속적으로 매시간 고민한 적이 있기는 했나. 물론 매번 새로운 작품, 새로운 글을 가르치기 위해 수업 준비를 해오긴 했지만 그야말로 한 시간을 위한 '준비'였을 뿐 긴 호흡으로 기획하고 단계별로 밟아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독서는 또 어떤가. 신청자들 몇몇과 함께 책을 읽은 적은 있지만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포함된 한 학급을 끌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 적은 많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고전읽기는 나의 고전, 즉 '수업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읽어내기 위한 시도였다는 걸 깨닫는다. 그게 바로 이 과목이 내년에는 사라져도 섭섭하지 않은 이유이다. 아마 심화국어라는 과목을 맡게 될 것 같은데 아무려면 어떠랴, 나는 내년에도 나만의 '고전읽기' 수업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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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순이와 아들 산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40대 국어교사이고, 늘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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