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한 '돌강'은 경사 15도, 날카로운 '너덜겅'은 경사 30도의 사면에 쌓여 있다. 오른쪽 사진은 너덜겅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뾰족뾰족하여 '칼바위'라 불리는 것으로 조화봉(낙동강강우관측소) 입구에 있다.
정만진
돌강이 형성되는 과정을 solifluction 또는 frost creep이라 합니다. 수분 포화 상태가 된 경사면의 퇴적물이 중력 작용에 따라 느리게 이동하는 현상을 solifluction이라 합니다. frost creep은 경사면의 암석 등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아래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둘 다 천천히 움직인다는 특성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돌강은 경사 15도 정도로 길게 이어지면서 강처럼 돌이 쌓여있습니다. 돌들이 아주 느리게 움직였기 때문에 원형대로 둥글둥글하지요. 돌강과 달리 Talus는 고지대의 암석이 낮은 곳으로 굴러떨어지면서 부서져 쌓였기 때문에 돌들이 뾰족뾰족하고 날카롭습니다. Talus 지대는 경사가 30도 이상 됩니다.
Talus도 일본식 표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애추(崖錐)입니다. 낭떠러지(崖)에서 굴러떨어져 송곳(錐)처럼 날카로운 돌이라는 의미이지요. 우리말은 너덜 또는 너덜겅입니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돌이라는 뜻이지요. 애추가 아니라 너덜(겅)을 써야 옳을 것입니다.
안전하고 실효적인 돌강 탐사로와 너덜겅 탐사로
비슬산관리사무소는 돌강과 너덜겅을 세밀히 관찰할 수 있는 '탐사로'를 조성해 두었습니다. 돌강과 너덜겅은 해발 1000m 지점부터 내려오지만 높은 곳까지 오르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관리사무소는 '안전' 문제를 해결한 탐사로를 자연휴양림 한복판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너덜겅 탐사로와 돌강 탐사로는 대견사 터로 올라가는 본격 등산로가 시작되기 이전의 평평한 '일연선사길' 좌우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두 탐사로를 거닐면서 너덜겅과 돌강의 위용은 물론 차이점을 확인해보면 재미가 짭짤합니다. 돌강 탐사로에서는 거북등바위(polygonal cracks, 다각형 균열 바위) 등 갖가지 기형암석도 찾아볼 일입니다.
눈썰미가 뛰어난 분들은 이미 산아래 주차장 일대에서 핵석(核石)도 보았을 것입니다. 오랜 풍화작용을 겪으면서 모서리가 다 깎여나가고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남은 바위들을 핵석이라 합니다. 대견사 터까지 올라가면 집채 이상가는 산바위(tor)도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어줍니다. 조화봉 입구에는 칼바위가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넷뿐인 석가 진신사리 모신 용연사
용연사의 금강석조계단도 대단합니다. 통도사, 금산사, 개성 불일사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넷뿐인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습니다. 진신사리를 모셨으니 절집 안에 불상을 두지 않습니다. 불당 안에 들어가면 뒷면 벽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고, 유리 뒤로 석조계단이 보입니다.
그 외에도 비슬산에는 유가사의 일연문학공원, 소재사 일원의 자연휴양림, 대견사 터 삼층석탑, 대견봉과 천왕봉 사이 100만㎡의 '고위 평탄면', 임진왜란 유적 '사효자굴', 영화 〈빨간 마후라〉의 주인공 유치곤 장군 기념관, 유가 만세교 등 많은 체험거리, 볼거리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