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오사카 졸업여행에서, 카드 덕분에 여행이 한결 수월했다.
@호산나대학 유튜브
그래서 올해는 졸업여행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카드발급을 준비했다.
홍콩으로 여행지가 결정되자마자 카드를 발급받을 거라고 알리고, 수업 중 학생들이 직접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사항을 안내했다. 필요한 준비물은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과 입출금 확인이 가능한 개인 인터넷뱅킹, 주민등록증.
지난해에는 준비기간이 촉박해 이미 준비가 되어있는 학생들만 학교에서 지도하고 나머지는 가정에서 부모님과 발급하도록 했었다. 올해는 미리 동의를 받고 필요한 준비를 해오도록 했다.
인터넷뱅킹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우려되는 학생들에게는 카카오뱅크 한도계좌를 개설하도록 안내했다. 여행에 필요한 금액만 입금하여 사용할 계획이었다.
어차피 현대사회는 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금융거래를 하지 않고는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이다. 염려되는 부작용 때문에 무조건 차단하기보다는,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사전준비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갔지만 미리 준비를 한 덕분에 카드발급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영문 이름도, 주민등록번호도, 곳곳에 함정이 산재해 있었으나 여권정보와 입국신고서를 공부하며 개인정보를 쓰는 연습을 여러 차례 해서인지 약간의 도움만으로 모두 카드를 신청할 수 있었다.
난관은 이번에도 역시나 비밀번호였다. 어플 비밀번호 6자리와 카드 비밀번호 4자리. 비밀번호 중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낮은 숫자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비밀번호였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험난한 산이라는 걸 지난해 사투를 겪으며 절절히 깨달은 바 있다.
그래서 올해는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과정부터 단단히 당부했다. 잊기 전에 곧바로, 반드시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메모'해 놓으라고. 몇몇 아이들은 자기가 기억할 수 있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믿지 않았다. 이건 신뢰의 영역이 아니다.
"저는 지문으로 해놔서 괜찮아요!"
"그래도 카드등록하고 ATM 출금할 때 비밀번호가 필요하니 메모해 놔."
"에이, 교수님. 엄마 생일인데 설마 제가 까먹겠어요?"
까먹었다. 녀석은 호언장담한대로 어머니의 생신을 잊어버리진 않았으나, 비밀번호를 그걸로 설정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신청한 카드를 수령하고, 등록을 하려고 하자 그 아이 외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 맙소사. 26명의 아이들이 너도나도 비밀번호를 모르겠다고 손을 드는 건 정말이지...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광경이었다.
그래도 작년의 교훈(?)으로, 미리 메모를 해놓은 덕분에 비밀번호를 찾아서 무사히 카드를 등록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한 아이는 메모한 정보도 찾아낼 수가 없어서 비밀번호를 결국 재설정해야 했다. 지난해에 사용할 때는 카드 등록 전에 비밀번호를 모르면 고객센터에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올해 사용해 보니 과정이 바뀌어 어플에서 간단하게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