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형평성·표용성'이 학교조직에 던져주는 화두

서이초 1주기를 맞아

등록 2024.07.13 15:47수정 2024.07.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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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8일, 서이초 교사 사망 후 1주기를 맞고 있다. 사망 7개월 만에 순직을 인정받는 등 그간 많은 일이 교육계에서 진행되었다. 검은 점들의 눈물, 국회 앞 49재 추모집회 등을 통해 교육계에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파장을 주었고, 교권 5법이 시행되었으나 현장의 체감은 적다는 반응이 많다. 제도는 현실과 간극이 있다.

필자는 서이초 교사가 신규교사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선배 교사에게, 상급자인 관리자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조직문화에서 서이초 교사가 근무하고 있었을 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조직에서 세대 차이와 갈등 관점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세대는 같은 시기에 태어난 인구 집단으로, 연령(age group)과는 다르며 코호트(cohort) 집단으로 나뉜다.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키는 출생 코호트(birt cohort)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특정 시기에 출생한 개인들은 사회화 과정에서 동일한 사건에 의해 영향을 받기에 이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를 코호트에 좀 더 명확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령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연령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연령 코호트(동년배 세대)의 구분은 학자마다 합의된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대체로, 베이비부머(전쟁~1963년), X세대(1970년대), M세대(1980년대 초반~1995년), Z세대(2000년대 이후 출생) 등으로 나뉜다. 2024년 한국의 43.7세(남), 46.1세(여)로, 1960년에는 22.3세(남), 23.9세(여)로 파악된다.

기실 한국 사회는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어왔으며, 최근 몇 년간 급속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세대 차이와 세대 갈등이 다양한 조직에서 부각되고 있다. 이에 각 조직에서는 팀의 생산성과 혁신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 DEI)을 강조하고 있다.

주로 DEI는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해 AI가 편견마저 학습을 한다고 하며, 올해 3월 시행된 미국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기조연설에서는 미국 출신 배우이자 영국 왕자비인 메건 마클, 미국 뉴스 앵커 캐이티 쿠릭, 유명 배우 브룩 실즈 등이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 논의를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명과 암이 밝혀지면서, 발언의 장이 늘었지만, 외모 비관으로 인해 자살률이 높아진 것도 현실이고 이러한 편견을 AI가 학습하는 시대이기에 지금 기본을 되돌아 봐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중시된 것이 바로 DEI이다.

그럼 실제 한국사회의 다양한 조직에서 DEI가 논의되고, 논의를 떠나 지향되고 있는가? 비전으로 채택되고 있는가? 조직에 단순히 DEI를 외친다고 해서 비전이 심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를 내재화하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필자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교조직도 일종의 관료 조직이나, 교육행정학의 다양한 학자에 따르면 학교는 교사들이 전문가로서 교육에 대한 자유재량권과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있기에 관료적 특징과 전문적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가 필요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필자는 공교롭게도 교육행정학과 인적자원관리(HRD)를 모두 공부한 이력을 지니고 있어, 최근 서이초 1주기를 맞아 제언을 하고 싶다. 고 서이초 교사께서, DEI가 내재된 학교 문화에서 근무하셨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제언을 한다.

사실 직원들이 DEI를 추구하고 싶어도, 조직에서 고위층이 이를 발휘하지 않으면 채택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첫째, 조직 피라미드의 상급 체계에 있는 최고위층은 행동과 정책 및 명확한 목표를 통해 리더십을 보여줘야만 한다.

둘째, 더불어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도 필요하다. 중간 관리자, 사무직 등 다양한 직원에게 DEI의 개념과 편견, 가치에 대해 정기적인 HR이 필요하다. 셋째, 때로는 리버스 멘토링도 필요하다. 젊은 세대에게 다양하고 트렌드 있는 주제에 대해 선배 직원이 귀기울이는 멘티가 되어 상호 존중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만큼 나이에 예민한 나라는 드물 것이다. 이철희 교수는 저서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서 한 사람의 이미지, 예상 역량, 기대 역할 모두 나이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이에 따라 위계를 중히 여기는 사회에서는 합리적 기준에 따라 인적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기도 어렵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았다. 또 한 명의 순직 선생님을 만들지 않기 위해 DEI를 학교 조직에 도입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 소개 : 현직 초등교사로 9년차, 석사에선 서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교육학과 교육행정학 전공, 박사에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교육학과 인적자원개발 및 성인계속교육학을 수료하였다. 경기도교육청에서 3곳의 학교 근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신규 시절부터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라는 학습공동체에서 정책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다.
#서이초 #교사 #1주기 #학교조직 #D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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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에서 학습하고 공부하는 경기도교육청 초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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