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피해여성 "억울함 남지 않도록 엄벌을"

18일 오전 창원지법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첫 진술... 8월 27일 결심공판 예정

등록 2024.07.18 13:50수정 2024.07.18 13:50
0
원고료로 응원
a  페미니스트라며 진주 편의성 여성 직원에 대해 폭력을 일삼았던 가해남성(구속)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이 18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뒤, 방청했던 여성단체 등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페미니스트라며 진주 편의성 여성 직원에 대해 폭력을 일삼았던 가해남성(구속)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이 18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뒤, 방청했던 여성단체 등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 윤성효

 
"오랫동안 살아남아 이겨내고 싶다. 피고인 앞에서 언제나 당당할 것이다. 저한테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온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

20대 남성으로부터 '머리카락 길이가 짧다(숏컷)'는 이유로 "페미니스트 맞지, 맞아야 해"라는 말을 들으며 폭행을 당했던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 직원이 법정에서 증언했다.

피해여성은 18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주연‧곽리찬‧석동우 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증언했다. 피해여성이 법정에서 증언하기는 처음이다. 1심 때 검찰을 통해 증인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가해남성은 2023년 11월 4일 새벽 진주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여성직원을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남성도 폭행했다. 가해자는 특수상해‧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되었고, 지난 4월 9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사건 후 가족들과도 대화 어려워"

피해여성이 법정에 들어서기 전 가해남성은 퇴정했고, 선서를 한 뒤 차분하게 증언했다. 검사가 "새벽에 손님이 많지 않았느냐", "들어오면서 발로 거칠게 문을 열고 물건을 떨어뜨려 조심하게 다뤄 달라고 말한 게 맞느냐", "증인을 노려 보며 오늘 머리 끝까지 열받는다라고 한 게 맞느냐"라고 묻자 피해여성은 "예"라고 답변했다.

검사는 가해자가 피해여성의 휴대전화기를 빼앗아 전자레인지에 넣어 작동시키고 무자비한 폭행을 가한 사실에 대해 물었다. 또 검사가 "머리카락이 짧다. 페미니스트는 맞아도 된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온몸을 때렸느냐"고 묻자 피해여성은 "맞다"라고 했다.


피해여성은 "그날 따라 유난히 손님이 없었고, 폭행을 당하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꼈으며,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껴 살려달라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그녀는 폭행을 당해 왼쪽 귀의 청력이 온전하지 않고, 보청기를 계속 끼고 생활한다고 했다. 그녀는 "불안감, 수면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계속 병원에 다니고 있다"라며 "무력감을 느끼고, 비슷한 일이 생길 때 무엇을 할 자신감이 없다"라고 진술했다.


취업도 어렵다고 한 피해여성은 "가족과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이 많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당시 피해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이야기 하는 게 어려워 대화를 꺼리게 되고, 가족들 사이에도 대화가 줄어들었다. 점차 주변사람들과 멀어졌다"라고 털어놓았다.

검사 질문을 마친 뒤 잠시 머뭇거린 피해여성은 종이에 써온 글을 읽었다. 그녀는 "보청기를 항상 차고 다닌다", "누군가 알아볼까 두렵다", "2차 가해와 악플(악성 댓글)로 견디기 힘들다", "차라리 맞아서 죽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변호인(국선)은 "어려워할 거 없이 편안하게 말해달라"고 한 뒤 "보청기를 착용해도 이명 현상이 있느냐"라거나 "피고인이 2022년 8월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아느냐", "양극성 정동장애 증상이 있는데 아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피해여성은 "보청기를 착용해도 하루 한두번 정도 이명 현상이 있다", "양극성 정동장애는 조울증 아니냐"라고 대답했다. 피고인의 정신상태에 대해 질문하자 이주연 재판장은 "경험 상황에 대한 질문 위주로 해달라"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피해여성은 "피고인측에서 정신병 주장을 하니까 여성혐오 부분은 분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심신미약 상태가 맞다면 어떤 생각이냐?"는 물음에도 "엄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변호사는 퇴정해서 별도의 방에 있었던 피고인을 면담하고 와서 "질문이 없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피해여성이 퇴정한 뒤 다시 법정에 온 가해남성은 질문할 게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라고 했다.

검사는 피해여성의 진료기록을 토대로 의료자문위원회의를 열어 가해남성의 죄명을 '중상해'로 바꾸는 것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합의‧공탁금"에 대해 묻자, 피해여성측 이경하 변호사는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다", "공탁금을 받을 의사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음 공판은 8월 27일 오전 11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a  페미니스트라며 진주 편의성 여성 직원에 대해 폭력을 일삼았던 가해남성(구속)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이 18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뒤, 방청했던 여성단체 등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페미니스트라며 진주 편의성 여성 직원에 대해 폭력을 일삼았던 가해남성(구속)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이 18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뒤, 방청했던 여성단체 등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 윤성효

#여성혐오 #진주편의점사건 #창원지방법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정선 한 카페 구석에서 발견한 먼지 쌓인 보물 정선 한 카페 구석에서 발견한 먼지 쌓인 보물
  2. 2 쓰레기 몰래 버리던 공간, 주인의 묘안이 놀랍다 쓰레기 몰래 버리던 공간, 주인의 묘안이 놀랍다
  3. 3 신입사원 첫 회식... 선배가 데려간 놀라운 장소 신입사원 첫 회식... 선배가 데려간 놀라운 장소
  4. 4 [단독] 구독자 최소 24만, 성착취물 온상 된 '나무위키' 커뮤니티 [단독] 구독자 최소 24만, 성착취물 온상 된 '나무위키' 커뮤니티
  5. 5 뉴욕 뒤집어놓은 한식... 그런데 그 식당은 왜 망했을까 뉴욕 뒤집어놓은 한식... 그런데 그 식당은 왜 망했을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