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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시간, 제습만 해도 쾌적" 이게 가능한 집

기후위기 시대, 어떤 집을 지어야 할까? 청산면 법화리 김종원씨의 패시브하우스 이야기

등록 2024.07.22 16:59수정 2024.07.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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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폭염주의보가 내린 옥천의 한낮 최고 기온은 32℃를 가리켰다. 계속되는 폭염의 원인 중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렇게 더운 날 에어컨으로 향하는 손을 멈추기란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특히 태양광 발전은 이제 우리 일상 속에서 많이 확산되고 있다. 주택 지붕 혹은 옥상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지만 조금 더 근본적으로 주택 냉난방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가령 처음부터 에너지 소비가 적은 방법 말이다. 옥천에서 '패시브하우스'를 지어 살고 있는 김종원 씨의 이야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봤다.

복우실에 오기까지
 
 충북 옥천 청산면 법화리 김종원씨와 그의 집.
충북 옥천 청산면 법화리 김종원씨와 그의 집. 월간 옥이네
 
충북 옥천 청산면 법화리 복우실 언덕 위 하얀 집에서 김종원(80)씨를 만났다. 서울 도심 아파트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그를 괴롭힌 건 층간소음. 걷거나 뛰는 쿵쿵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등에 밤마다 잠을 설쳤다. 책상에 앉아 집중하기도 힘든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한 일상을 찾고 싶었던 그는 귀촌을 선택했다.

"층간소음으로 고생을 많이 했지요. 집사람이 몸이 좋지 않아서, 조용히 시골에서 책 쓰고, 그림 그리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었어요. 처음엔 보은군 삼승면으로 가려다 대전 인근을 거쳐 가는 길에 영동군 용산면에 들렀어요. 그러다 청산면 법화리로 온 거죠. 와보니 사람들도 좋고 주변 환경도 깨끗해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게 그는 '모든 번뇌와 시름을 잊고 여생을 청산에서 살리라'는 마음으로 2014년, 복우실로 왔다.

패시브하우스를 짓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바로 10년 전 이주하며 지은 집이다. 하얀 벽돌, 붉은 지붕과 삐죽 솟아 나온 굴뚝. 농촌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건물 형태다. 김종원씨도 "시골에 지을만한 집은 아니"라며 웃는다. 이 집은 겉모습만 유별난 게 아니다.


"패시브하우스라고 하죠. 직접적인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해 집을 일종의 보온병으로 만드는 겁니다. 독일에서 시작된 개념인데, 처음엔 에너지 절약형 주택이라고 불렸죠."

패시브하우스는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주택 형태를 말한다. 일반 주택과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두꺼운 단열재, 외부 공기 차단, 열교환기를 통한 공기 순환이다.


김종원씨는 경량기포콘크리트(ALC)를 단열재로 썼다. 단열성능만 보장할 수 있다면 어떤 소재를 써도 상관없지만, 그가 경량기포콘크리트를 쓴 이유는 "단열성이 우수하고, 공사 기간이 짧고,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 이 소재를 활용해 제대로 시공하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큰 문제였다. '다른 소재를 쓸까?' 고민하던 중, 충남 서산에 같은 재료로 주택을 짓는 공사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저도 35년을 건축계에 몸담으며, 1980년대 중반에 경량기포콘크리트로 학교 기숙사를 지은 적이 있어요. 그땐 재료 특성만 알았지, 세부적인 지식이 부족해 잘못된 미장재를 써 고생했었죠. 서산 공사팀을 만나고 '이렇게 규정에 맞춰 완벽하게 집을 짓는 팀이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장 65cm, 외벽 36.5cm로 두껍게 벽을 둘렀다. 국내 패시브하우스 인증 기준은 독일패시브하우스협회(PHI)의 것을 따르는데, 그의 집 외벽은 그 기준에 살짝 미치지 못한다. 엄밀한 기준의 패시브하우스는 아닌 셈. 규정에 따르면 약 5cm 정도의 단열재가 더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는 국내 기후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건축비도 무시할 수 없었"기도 했고 말이다.

외부 공기 차단을 위해 창은 3중 창으로 했고 두께도 각각 6mm, 5mm, 6mm로 해 규정을 따랐다. 창 사이도 공기 유입이 되지 않도록 밀폐 처리했다. 환기는 집 곳곳에 설치된 덕트(공기 등이 흐르는 통로)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패시브하우스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이 공기 순환 기술. 흡기구를 통해 들어온 공기는 열변환기를 거치며 집 내부와 비슷한 온도에 맞춰져 들어오기에 일년 내내 쾌적한 내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방금 들어오면서 문 앞 온도계를 보셨어요? 43℃더라고요. 오늘 엄청 덥네요. 그런데 지금 집 안 온도를 보세요. 26℃죠? 선풍기 바람만으로도 시원하죠."
 
 김종원씨 집 바깥 온도. 섭씨 42도로 표기돼 있다.
김종원씨 집 바깥 온도. 섭씨 42도로 표기돼 있다.월간 옥이네
 
 김종원씨 집 안 온도. 섭씨 26도로 표기돼 있다.
김종원씨 집 안 온도. 섭씨 26도로 표기돼 있다.월간 옥이네
 
한여름도 '제습' 정도면 쾌적한 실내

"거실에 작은 에어컨이 있는데 제습용으로만 써요. 거실에 주방이 있으니, 습도가 많이 올라가더라고요. 제습만 시켜주면 집이 쾌적해지죠. 여름에 한창 더운 낮 2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돌리고 있어요. 그렇게만 해도 집안 온도가 24~26℃로 유지돼요. 가장 더울 때 한 달 전기요금 6만 원 정도 내는 거 같아요. 냉방비라기보단 집에 있는 컴퓨터 2대, 냉장고, 텔레비전, 각종 전자제품 전기요금이에요."

패시브하우스의 진가가 나오는 건 여름이 아닌 겨울이다. 법화리는 산골에 있어 "청산면소재지 보다 3℃ 정도 온도가 낮다"고 한다. 영하 15℃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꽤 있는데. 그럴 땐 2~3시간 벽난로를 땐다. 집이 열을 받아들여 머금고 있다가 서서히 뿜어내기에 포근한 밤을 보낼 수 있다. 겨울 집안 평균 온도는 23℃ 정도라고.

"우리 이장님 집이 30평 정도 되는데, 겨울 심야전기 난방비가 한 달에 56만 원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경로당 난방비는 30만 원 정도고요. 전기세를 아껴보겠다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이후엔 23만~25만 원 정도예요.

우리 집은 60평인데 10월 말까진 난방은 하지 않고 11월에서 4월 초순까지 기름보일러로 바닥난방을 해요. 저도 한국 사람인지라 바닥이 차면 싫더라고요(웃음). 실내 온도는 23~24℃
정도 유지하는데 여섯 달 동안 기름 세 드럼(이번 겨울 등유 1드럼은 26만 원 정도였다)도 안 쓰죠."

월 평균 난방비가 15만 원도 안 된 셈이다.

좋은 집의 조건
 
 김종원씨의 집 내부.
김종원씨의 집 내부.월간 옥이네
 
김종원씨는 1960년대 인하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35년간 건축계에 몸담았다. 건설 현장 담당자로, 대기업 임원으로 그리고 대학교수로 평생을 살아오다 말년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이 바로 이 집이다. 그는 좋은 집의 요건으로 단열이 잘될 것, 소음공해에서 자유로울 것 그리고 '건축의학'적일 것을 꼽는다. 주거 공간은 그 자체로 우리 심신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그는 도시를 떠나 청정하고 조용한 청산면 법화리 복우실에 집을 지었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지만 일반 주택에 비해 평당 50만~100만 원 이상 많은 건축비용이 들었다. 패시브하우스를 짓는 데 가장 큰 단점이 비용임을 절감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사업처럼 재생에너지 설비를 지원하는 정부 지원 사업은 있으나, 아직 패시브하우스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건축에 대한 지원 정책은 없는 상황.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에너지를 덜 쓰거나 아예 쓰지 않는 삶의 방식이 필요한 만큼, 다양한 정책적 고민도 필요해보인다.

이곳에 집을 짓고 살면서 그는 종종 "여생을 보내는데 굳이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지을 필요가 있었나?"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좋은 집에서 살다가 내가 떠나면 누군가가 또 이곳에 들어와 살지 않겠냐"라고 답한다.

"저도 아이들을 위해 한적한 시골에 고향 같은 곳을 만들어줘야겠다라는 바람으로 지었어요. 집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줘요.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닌 가족이 사는 곳이잖아요. 그런 집이 나와 가족의 건강은 물론 환경적으로도 좋다면 더욱 좋은 공간이 되겠죠."
 
 충북 옥천 청산면 법화리 김종원씨.
충북 옥천 청산면 법화리 김종원씨.월간 옥이네
 

월간 옥이네 통권 85호(2024년 7월호)
글‧사진 임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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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 #월간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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