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청산면 법화리 김종원씨와 그의 집.
월간 옥이네
충북 옥천 청산면 법화리 복우실 언덕 위 하얀 집에서 김종원(80)씨를 만났다. 서울 도심 아파트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그를 괴롭힌 건 층간소음. 걷거나 뛰는 쿵쿵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등에 밤마다 잠을 설쳤다. 책상에 앉아 집중하기도 힘든 소음에서 벗어나 조용한 일상을 찾고 싶었던 그는 귀촌을 선택했다.
"층간소음으로 고생을 많이 했지요. 집사람이 몸이 좋지 않아서, 조용히 시골에서 책 쓰고, 그림 그리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었어요. 처음엔 보은군 삼승면으로 가려다 대전 인근을 거쳐 가는 길에 영동군 용산면에 들렀어요. 그러다 청산면 법화리로 온 거죠. 와보니 사람들도 좋고 주변 환경도 깨끗해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게 그는 '모든 번뇌와 시름을 잊고 여생을 청산에서 살리라'는 마음으로 2014년, 복우실로 왔다.
패시브하우스를 짓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바로 10년 전 이주하며 지은 집이다. 하얀 벽돌, 붉은 지붕과 삐죽 솟아 나온 굴뚝. 농촌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건물 형태다. 김종원씨도 "시골에 지을만한 집은 아니"라며 웃는다. 이 집은 겉모습만 유별난 게 아니다.
"패시브하우스라고 하죠. 직접적인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해 집을 일종의 보온병으로 만드는 겁니다. 독일에서 시작된 개념인데, 처음엔 에너지 절약형 주택이라고 불렸죠."
패시브하우스는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주택 형태를 말한다. 일반 주택과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두꺼운 단열재, 외부 공기 차단, 열교환기를 통한 공기 순환이다.
김종원씨는 경량기포콘크리트(ALC)를 단열재로 썼다. 단열성능만 보장할 수 있다면 어떤 소재를 써도 상관없지만, 그가 경량기포콘크리트를 쓴 이유는 "단열성이 우수하고, 공사 기간이 짧고,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 이 소재를 활용해 제대로 시공하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큰 문제였다. '다른 소재를 쓸까?' 고민하던 중, 충남 서산에 같은 재료로 주택을 짓는 공사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저도 35년을 건축계에 몸담으며, 1980년대 중반에 경량기포콘크리트로 학교 기숙사를 지은 적이 있어요. 그땐 재료 특성만 알았지, 세부적인 지식이 부족해 잘못된 미장재를 써 고생했었죠. 서산 공사팀을 만나고 '이렇게 규정에 맞춰 완벽하게 집을 짓는 팀이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장 65cm, 외벽 36.5cm로 두껍게 벽을 둘렀다. 국내 패시브하우스 인증 기준은 독일패시브하우스협회(PHI)의 것을 따르는데, 그의 집 외벽은 그 기준에 살짝 미치지 못한다. 엄밀한 기준의 패시브하우스는 아닌 셈. 규정에 따르면 약 5cm 정도의 단열재가 더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는 국내 기후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건축비도 무시할 수 없었"기도 했고 말이다.
외부 공기 차단을 위해 창은 3중 창으로 했고 두께도 각각 6mm, 5mm, 6mm로 해 규정을 따랐다. 창 사이도 공기 유입이 되지 않도록 밀폐 처리했다. 환기는 집 곳곳에 설치된 덕트(공기 등이 흐르는 통로)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패시브하우스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이 공기 순환 기술. 흡기구를 통해 들어온 공기는 열변환기를 거치며 집 내부와 비슷한 온도에 맞춰져 들어오기에 일년 내내 쾌적한 내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방금 들어오면서 문 앞 온도계를 보셨어요? 43℃더라고요. 오늘 엄청 덥네요. 그런데 지금 집 안 온도를 보세요. 26℃죠? 선풍기 바람만으로도 시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