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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폭염·일조량 감소까지… 수확기 포도·복숭아 비상

병충해, 낙과피해 등... 이상기후로 농사 점점 더 힘들어져

등록 2024.07.26 16:30수정 2024.07.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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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폭우·폭염·일조량 감소 등 3중고에 노린재, 탄저병, 노균병 등이 과수원을 덮쳤다.

폭우·폭염·일조량 감소 등 3중고에 노린재, 탄저병, 노균병 등이 과수원을 덮쳤다. ⓒ 옥천신문

 
포도·복숭아 등 여름철 수확기 농산물에 비상이 걸렸다. 폭우 직후 폭염이 나타난 데다가 일조량이 평년대비 66%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생육장해, 탄저병, 노균병 등 병충해가 연이어 발생해 상품 질 감소 및 가격 하락까지 이어지는 상황. 특히 포도·복숭아의 경우 홍수 출하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다보니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옥천군은 지역 내 농가와 소통하며 판로개척, 유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농민들은 '가혹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 집중호우 피해복구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34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탄저병, 노균병, 노린재 등 병충해 피해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조량까지 줄어들면서 작물이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통상 여름에 장마철이 찾아와도 중간중간 햇빛이 비추는 날도 많았는데, 올해의 경우에는 구름이 끼고 습하고 더운 날씨가 반복됐다는 것. 

복숭아 가격은 떨어졌는데, 인건비·자재비·농약값 모두 올랐다

농민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농촌진흥청이 발행한 '2024년 순별 농업기상정보(7월 중순)'에 따르면 2024년 7월 중순(7월 10일~20일) 기온은 25.2℃로 평년보다 0.7℃ 높았고 강수량은 131.4mm로 평년보다 28.4mm 많았다. 반면 일조시간은 31.1시간으로 평년 47.0시간의 6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내면에서 고추, 포도 등의 농사를 짓는 박병은 농민은 "탄저병, 이화명나방, 노균병 등의 병충해가 심하다. 햇빛을 많이 봐야 작물의 활착력도 좋고 건강해지면서 병충해에 강하게 자라는데, 일조량이 적다 보니 병충해에 약할 수밖에 없다"라며 "지역 내 고령화가 되다 보니 농가 차원에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기후 양상이 달라진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병해충 발병 상황을 점검하고 면밀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 A씨도 "폭우 이후에 곧바로 폭염이 찾아오다 보니 탄저병, 노린재 등 병충해도 심각해졌다. 복숭아나무를 툭 치면 노린재가 후두둑 떨어진다. 복숭아 하나에 7~8마리가 붙어있기도 한다"며 "비가 많이 오면 복숭아에 영양을 공급하는 잔뿌리가 땅속에서 썩어 버릴 수 있는데, 그러면 나뭇잎이 축 쳐지면서 광합성 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나무는 그나마 병충해를 버티지만, 약한 나무는 병충해에 취약하다. 30% 정도 수확량 피해를 입었다고 보인다"라며 "10년 전 가격으로 복숭아 가격은 떨어졌는데, 인건비, 자재비, 농약값은 다 올랐다.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홍수 출하로 인한 가격하락까지… 잔인한 여름 맞은 농민들
 
a  폭우·폭염·일조량 감소 등 3중고에 노린재, 탄저병, 노균병 등이 과수원을 덮쳤다.

폭우·폭염·일조량 감소 등 3중고에 노린재, 탄저병, 노균병 등이 과수원을 덮쳤다. ⓒ 옥천신문


특히 수확기 농산물인 포도·복숭아 가격이 폭락하면서 타격이 고스란히 농가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올해 과수 작황이 좋아서 홍수출하로 가격 하락이 우려됐는데, 폭우·폭염·일조량 감소로 인해 과수의 질이 하락되면서 가격이 더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농산물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2024년 7월 하순 기준(25일) 포도(1kg) 평균 가격은 1만425원인데 전년·평년 동순 대비 24%(3353원) 감소한 수치다. 복숭아(1kg)의 평균 가격은 4083원인데, 이 또한 전년·평년 동순 대비 22%(1166원) 낮다. 공판장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지역 내 복숭아 농가들은 가격 보전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이하 에이피시)로 몰리고 있는 상황. 


23일 오전 복숭아 출하를 하기 위해 에이피시에 찾은 농민 B씨는 "폭우가 내린 이후에도 비가 시시때때로 왔다. 햇빛이 없는 상태에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병충해도 심하고 낙과피해도 있다. 이상기후로 농사를 짓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가 지날수록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중생종 수확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읍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 C씨는 "원래대로라면 중생종인 '애천중도'가 8월 초에 나와야 하는데 지금 출하하고 있다"며 "같은 조생종이긴 하지만 '영봉'이 먼저 나오고 사나흘 뒤에 '수라'가 나와야 하는데, 올해는 같이 나온다.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옥천군복숭아연합회 송성호 회장은 "수확기에 병충해가 발생하면, 수확시기를 늦추더라도 농약을 할 수밖에 없다. 병해충 방제를 하지 않으면 금방 퍼지기 때문이다.  수확량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라며 "재해 양상이 바뀐 만큼 농가 차원에서도 배수로 관리 등 밭을 점검하며 문제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개개 농가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해는 반복될 것이라 예상한다. 연합회 차원에서도 옥천군과 (재해대응 및 농법 관련) 교육에 대한 논의도 하고 선진지 견학도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옥천군 "농민 어려움 청취하고 행정 지원 방안 검토"
 
a  폭우·폭염·일조량 감소 등 3중고에 노린재, 탄저병, 노균병 등이 과수원을 덮쳤다.

폭우·폭염·일조량 감소 등 3중고에 노린재, 탄저병, 노균병 등이 과수원을 덮쳤다. ⓒ 옥천신문

 
이런 가운데 농업 재해 양상이 복잡다단해진 만큼 군 차원에서 면밀하게 분석해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옥천군농민회 유조봉 회장은 "예측할 수 없는 재난재해 상황에서도 농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옥천 내에서의 현황 분석과 농가 현실을 반영하는 제도 수립 및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옥천군의회 송윤섭 산업경제위원장도 "농업 현안과 관련해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옥천군은 타 지역보다 먹거리와 관련해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역 내에서 생산비 지원, 지도체계 강화, 가격 관련 보전책 등의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의 경우에도 제도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기준가격 등 농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아쉬움도 있다. 산업경제위원회 현황을 파악하고 집행부가 더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농민들과 소통하며 어려움을 청취하는 동시에 판로개척 등 행정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농업정책과 조도연 과장은 "농가와 소통하며 농가의 어려움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발생한 여러 문제는 내년에도 발생할 소지가 있기에 행정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지역 농민들의 재배기술과 노하우에 대해서는 타 지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유통 활성화와 판로 개척을 위한 방안도 찾겠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폭염 #일조량 #복숭아 #폭락 #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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