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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덕 기리는 수많은 만장

[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 32] 만장은 고인의 삶과 학덕을 기리는 짧은 문장

등록 2024.09.07 12:45수정 2024.09.0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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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명 조식이 후학을 가르친 용암서원으로 가는 길 입구에 서있는 돌비석. 뇌룡정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남명 조식이 후학을 가르친 용암서원으로 가는 길 입구에 서있는 돌비석. 뇌룡정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오문수
남명 선생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면서 생전의 벗·제자·후학들의 만장(挽章)이 장례식장을 매웠다. 만장은 고인의 삶과 학덕을 기리는 짧은 문장이다.

"대개 만장은 시 형식이고, 제문은 원래 산문 형식이었는데, 후대로 오면서 4자로 된 운문 형식도 많았다. 만장은, 만사(挽詞·輓詞·挽辭), 만가(挽歌·輓歌), 만시(挽詩·輓詩)라는 명칭도 있고, 제문은 조문(弔文)·애사(哀詞·哀辭), 뢰(誄)라는 명칭도 있다." (주석 1)

몇 수를 골랐다.

만 장(노수신)

한번 바라보고 대장부인 줄 알았나니
능히 더럽고 인색한 기운 생겨나지 않게 하였습니다
풍모는 깨끗하여 여타 사람들 존재 없게 만들었고
논의는 다양하여 노숙한 유학자를 감복시켰습니다
한 소쿠리 밥과 한 바가지 마실 것으로 산골짝에 사는 몸이지만
천지를 돌려 요순시대로 들어가려는 뜻이 있었습니다
이 유학이 다시 망하게 됐으니 누가 하소연할 수 있겠습니까?
봄이 저문 서울에서 통곡하는 병든 노씨랍니다.

만 장(정유길)

남명께서 서거하셨다는 말 듣고서
바람 맞으며 서서 눈물 자국 닦습니다
천지 사이에 바른 기운이 꺼졌고
산해정에 노인성(老人星) 어둡습니다
끊어진 학문은 선진을 따랐고
바른 말은 지극히 존귀한 임금님 감동시켰습니다
그 당시 등용되었더라면
형편없는 세상을 이상적인 세상으로 만들었겠지요.


만 장(박순)

우뚝한 절조는 원래 옛사람 쫓았고
텅 빈 마음은 절로 비교할 이 적었습니다
곧게 우뚝 솟아 천 길이였고
백번 단련하여 강직하고 참됨을 쌓았습니다
주춧돌처럼 재주 비록 컸지만
풍진 세상에서 일은 더욱 막혔습니다
홀로 검은 표범을 따라 숨어 지내며
푸른 댕댕이넝쿨 자라는 봄 몇 번이나 지났던가요?
도(道) 지키는 마음은 길이 편안했고
시대를 바로잡는 방법은 펼쳐 보지 못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바른 기운 거두었고
무덤 구덩이에는 고매한 인물 묻었습니다
신선 사는 골짜기엔 쓰러져가는 집 남아 있고
치제문은 대궐에서 내려 왔습니다
백성들은 공연히 희망만 가졌었고
뜻 있는 선비들은 마침내 눈물이 수건 적십니다
선생의 자취 감춘 산에는 꽃이 저물고
혼히 남아 있는 언덕엔 풀만 새롭습니다
흰 구름 끼어 있는 오솔길에서
누가 다시 맑은 자취 잇겠습니까?


만 장(양응정)

'재주 있는 사람 얻기 어렵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간혹 있을 수 있는 정기로 어진이 탄생시켰습니다
맑은 놀 바깥에서 곧은 절개 지켰고
임금님에게 그 이름을 떨치셨습니다
병환으로 끝내 세상에 남겨지지 못했는데
영예로운 증직은 전에 없던 바입니다
길이 남아 존재하는 것이 있는 줄 아나니
숨어사는 선비의 형세가 하늘을 받칩니다

만 장(김우굉)

바다와 산악의 정기에 해와 별의 빛이라
큰 선비로 임금님 보좌하기에 꼭 합당하였습니다
누가 알았겠습니까? 힘 쓰는 것은 존양과 성찰일 줄을
마음 곧게 하고 행실 반듯하게 하는 데 가장 효과 거두었습니다
지절로 공을 칭송하는 건 오히려 우스운 일이요
재주로 학문 논하는 것은 단지 마음 상하게 한답니다
손해 되는 바가 무언지는 모르지만 유익한 건 무엇인지 아나니
멀리 서거를 애도하는 글 지어 보내니 눈물이 옷에 가득합니다.

만 장(김무옹)

한 소쿠리 밥과 한 바가지 마실 것으로 숨어 지내며 즐겼지만
시대를 걱정하여 아뢰는 글은 위태로웠습니다
구름 낀 수풀은 정말 저버리지 않았고
행동은 본래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산해정은 깊이 잠겨 지내는 곳이고
산천재에 숨어서 수양하던 때입니다
한 평생 학업을 닦던 곳으로,
고개 돌려보니 눈물이 줄줄 흐른답니다.

반평생 얼마나 헛되어 보냈던가 생각하니
쓸쓸한 산에서 땀에 등이 젖습니다
예를 따라 처신하도록 면려하신 뜻 절실하고
금이나 옥 같은 가르침은 엄격하셨습니다
서울은 젊은 날에 떠나셨고
용문에서는 감개가 깊습니다
해질녁에 무덤 봉분을 만드는데
다시 어느 곳에서 우러러보며 의지하겠습니까?

주석
1> 허권수, 앞의 책, 2쪽.(인용한 '만장'은 같은 책, 132~142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진짜 선비 남명 조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조식평전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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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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