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즉 기자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지만 편집기자는 글이 돋보이고 많이 읽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책 <이런 제목 어때요?>는 두껍지 않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 술술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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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런 제목 어때요?>는 책 자체도 두껍지 않고 내용이 어렵지 않아 술술 읽혔다. 글을 쓰는 시민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편집기자들의 고민과 생각이 신선했고 재미도 있었다.
제목을 선정함에 있어서 새로 알게 된 내용도 있었다. 예를 들어 글의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것뿐 아니라 글에서 가장 중요하거나 인상 깊은 대목을 제목으로 뽑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노동자의 관점에서 '편집기자'를 보며 느낀 것은 안타까움이었다. 저자는 아직도 좋아서 편집을 한다고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항상 웃으며 보람을 느낄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목의 윤리'를 말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프리랜서 에디터 홍현진씨와의 인터뷰 중 나온 대목으로, '조회수의 유혹과 제목의 윤리 사이에서 고민될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는 물음에 저자가 대답하는 부분이다.
"선을 넘지 않으려 애써요. 문장을 써놓고 윤리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되면 '이래도 되나' 시간을 두고 한 번 더 생각해요. 매체입장에서야 글을 잘 파는 것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지만 글은 상품이 아니니까. 특히나 기사라는 특성상 글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더 그렇죠.
'조회수의 유혹과 제목의 윤리' 사이에서 고민될 때 저는 우선 독자를 떠올립니다. 독자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해요. 잘 모르겠으면 다른 편집기자의 생각을 듣기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독자의 입장에서 선정적으로보인다거나 편파적, 일방적, 과장, 왜곡, 선동 등으로 읽힌다면 백만 명(웃음)이 읽을 만한 제목이라도 접게 되는 것 같아요." (224~225쪽)
사람들은 흔히들 '기자=기레기'라고 비하하기도 하는데, 어딘가에선 이렇게 고민하며 제목을 달고 편집하는 기자들도 있다. 편집기자에게 조회수는 중요하지만, 조회수만이 중요한 것은 아님을 드러내주는 부분이라 기억에 남는다.
결국, 편집기자의 역할은 글이라는 하나의 제품을 잘 다듬고 포장해서 더 많이 팔리게 하는 것이겠다. 무수히 많은 글들이 모두 저마다의 색깔과 문체를 갖고 있을 텐데, 개인의 제한적인 시선으로 빠른 시간 내에 '잘 팔리는' 제목을 뚝딱 뽑아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글 자체를 즐기고 음미하기보다는 시간에 쫓겨 읽기에 급급한 삶은 어떨까. 글을 쓰는 사람도, 제목을 뽑는 사람도 충분히 곱씹고 많이 읽어봐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글의 본질보다 '조회수와 노출'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의미 있는 제목보다는 그저 잘 팔리는 제목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업무 환경에서 오랫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한편, 대놓고 제목에 손대지 말라는 시민기자의 요청은 까다롭게 느껴질 것 같다. 오래 고민해서 선정한 제목에 클레임이 들어오면 힘이 빠지고 난감하지 않을까? 많은 경우 글이 발행된 이후 제목 수정에 대한 글쓴이의 반응(피드백)이 대부분 없다고 한다.
따라서 편집기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글이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등 조회수 폭발을 경험하는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을 쓴 작가로부터의 진심 어린 감사보다는 알 수 없는 노출 알고리즘에 의한 클릭 횟수에 반응하는 삶은 뭐랄까, 조금은 무미건조하고 외로울 것 같다.
글이 탑(대문)에 배치되고, 독자의 후원으로 추가적인 수입을 얻고, 때로는 출간 제의를 받는 등 글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원글을 쓴 시민기자이다. 하지만 어떤 글도 편집기자의 수고와 노력을 거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이들은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시민기자들의 글을 더 빛나게 만든다. 마치 주인공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조연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기자들의 따끈따끈한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하나의 글이 발행되기까지 편집기자들의 두뇌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쉴 새 없이 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범람하는 글의 홍수 속에서 매일 새로운 제목을 고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 쓰고 있는 이 기사의 제목 또한 어떻게 바뀔지 의문이지만, 글의 타이틀이 수정된다면 편집기자에게 감사의 쪽지를 한 번 남겨볼 생각이다.
이런 제목 어때요? - 22년 차 편집기자가 전하는 읽히는 제목, 외면받는 제목
최은경 (지은이),
루아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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