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책 표지
해냄
저자는 몰입이 행복, 나아가 삶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라 평가한다. 몰입할 일이 없는 삶 가운데서 인간은 삶의 주인이 아니라 끌려가는 짐승처럼 살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험이 인간을 지치게 하고 쇠퇴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직장인이 제 삶에 불만족하는 대표적 사례를 언급하는데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직장일을 고역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작용한다. 첫째는 하나마나한 일을 한다는 불만이다.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하고 사실은 해를 끼칠 가능성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일부 공무원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세일즈맨들, 심지어는 과학자들 중에서도 가량 군수 산업이나 담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을 심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이만저만 마음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는 지겨운 일을 밥 먹듯이 되풀이해야 한다는 데서 느끼는 불만이다. (중략) 셋째는 직장일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이다." -135p
말하자면 제 일이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 일이 별 난이도가 없고 지겹다 여겨질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을 고역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흔히 일로 얻는 보상, 즉 처우가 행복감이며 만족감에 지대한 영향을 주리라고 여기지만 칙센트미하이의 연구결과 그는 과대평가된 사실일 뿐이다.
그는 연구에서 얻은 답변에 비추어 '많은 사람들은 보수가 많고 안정성이 높다면 아무리 지겨운 일을 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도 '그러한 자세는 깨어 있는 시간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소중한 시간을 방기하는 태도'라고 선을 긋는다.
떠밀리듯 사는 인생에서 의미 있는 삶으로
그로부터 그는 위 세 가지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삶을 의미 있게 바꾸는 첫걸음이라 주장한다. 자기가 하는 일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난이도 있는 과제를 설정하고 적극 해소해가는 것, 몰입을 삶 가운데 둠으로써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직장에 매인 이가 어떻게 이 같은 과제를 해낼 수 있을까 막막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칙센트미하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말한다.
"자기가 하는 일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진심에서 우러나와 손님을 맞는 슈퍼마켓 직원, 특정한 증세보다는 환자의 전체 건강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의사, 센세이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는 믿음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 이런 사람들은 티끌만한 결과밖에는 낳지 못하는 틀에 박힌 일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힘을 몰고 온다." -137p
반례라면 제가 하는 일이 하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슈퍼마켓 직원, 환자는 팽개치고 돈벌이에만 열을 올리는 의사, 제가 그저 직장인일 뿐이라 여기는 기자 같은 이가 되겠다. 중요한 자리에서 제가 하는 일의 가치를 살피지 않는 직업인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대충 시간만 때우다 퇴근한다는 소위 '월급루팡'의 삶을 자랑처럼 떠벌리던 시대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나아갔는가. 직업의식도 사명감도 사라진 이 시대에서 그를 되찾는 것이 도리어 제 삶을 일으키는 것이란 <몰입의 즐거움>의 주장이 적잖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제 능력에 맞는 도전과제를 선택하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세부적 요건이 하나하나 제시되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 또한 언급된다. 그리고 그는 별반 새로울 것 없는, 그러나 많은 선현들이 입을 모아 말하였던 결론이다. 사는대로 사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대로 살라는 것이다. 제 삶의 선장이 되라는 것이다.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가장 손쉬운 길은 주인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의무감 때문에 하는 일, 혹은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하는 일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실 가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느끼고 살아간다. 그런 입장에 놓이면 아까운 정력을 탕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진해서 원하는 일을 늘려야 한다. 무엇을 원한다는 사소한 마음의 움직임이 집중력을 높이고 의식을 명료하게 만들며 내면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181p
'원하는 일을 늘리라'는 게 해법이라니.
대단한 명저로 꼽히는 책 치고 다다르는 결론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란 게 새삼 놀랍다. 돈과 권력, 성공의 외면적 지표를 남과 비교하며 떠밀리듯 사는 삶 대신, 스스로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가라는 건 얼마나 흔하면서도 힘 있는 조언인가.
쇼츠부터 시작해 온갖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다. 그 가운데서 스스로 사고하고 통제하는 힘을 기르라는 이야기 또한, 원론적이지만 값지다.
자진해서 하는 일을 늘리고, 나도 모른 채 정력을 소모하게 하는 일을 줄여야 한다. 그로부터 얻어진 시간과 열정을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데 투입해야 한다. 그 필요를 설득하고, 기본적 방법론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렇다면 왜 읽지 않겠는가.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은이), 이희재 (옮긴이),
해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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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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