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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아 눈물" 696일 만에 만난 이태원 참사 유족과 특조위

[현장] 위원장에 송기춘 교수, 첫 회의 후 유족과 간담회... "부담감 이겨내 달라"

등록 2024.09.23 15:43수정 2024.09.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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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있는 '별들의 집'을 찾아 유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있는 '별들의 집'을 찾아 유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 김화빈


"열차 안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믿기지 않아서요." - 문성철(희생자 고 문호균씨 아버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꽉 막혀 답답했던 지난 시간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도 되고, 뭉클합니다." - 이정민(희생자 고 이주영씨 아버지)

저마다 눈물을 흘렸고, 막힌 목을 애써 가다듬었다. 참사 발생 696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위원들과 마주한 유족들은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조위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나라키움빌딩)에서 제1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송기춘 상임위원(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송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특조위는 출발이 지연된 만큼 참사 발생 원인을 비롯해 구체적 실체를 엄밀히 조사하고 국가기관이 취한 조치의 적절성 및 책임여부를 밝힐 것"이라며 "피해실태와 지원대책을 점검해 유족과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와 같은 참사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방안을 마련해 사회적 논란을 종식시키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공동체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고 정확한 특조위 활동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의 실질적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른 시간 안에 시행령이 마련되고, 인력과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족 손 잡은 송기춘 "언제든 오시라"

a  23일 오전 서울 중구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원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포부를 밝히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원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송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원 9명은 회의를 마친 뒤 곧장 유족들을 찾았다. 유족들도 특조위 위원들의 손을 맞잡고 환대했다. 양측은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 부림빌딩 내 마련된 기억·추모공간 '별들의 집'에서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너무나 오랫동안 여러분을 기다렸다"며 "지난 시간 힘들었던 기억도 떠오르지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꽉 막히고 답답했던 것을 풀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너무나 뭉클하다"고 운을 뗐다.

이 위원장은 "위원님들이 느끼는 압박과 부담 또한 크리라 생각하지만, 이겨내시라고 감히 요청드리고 싶다"며 "유족들이 느꼈던 무수한 고통과 인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셔서 압박감을 잘 극복해 좋은 결과를 내는 활동을 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일부 유족은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희생자 고 문호균씨 아버지 문성철씨는 간담회 직전 <오마이뉴스>와 만나 "(거주지인)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KTX 안에서 눈물이 났다"며 "유족들이 처음 모였을 때만 해도 특별법을 만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은 기적과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조위 활동이 선언에만 그치지 않도록 재발방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후속대책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있는 '별들의 집'을 방문해 추모 메시지를 붙였다.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있는 '별들의 집'을 방문해 추모 메시지를 붙였다. ⓒ 김화빈


송 위원장은 간담회를 통해 "특조위가 활동을 끝낼 쯤이면 희생자들도 3년상을 치르게 된다"며 "그때는 정말 마음 속으로 돌아가신 가족들을 잘 떠나보낼 수 있도록 특조위가 노력하겠다. 언제라도 유족들이 오셔서 말씀 나눌 수 있도록 항상 문을 열어두고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철 상임위원은 "과거의 어떤 잘못을 파헤치고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부담이 크다"면서도 "위원회가 힘을 모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위은진 상임위원도 "참사로 몸과 마음이 아프실 텐데도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유족들이 길거리에서 많이 노력하고 애쓰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기다리는 모든 분께 (특조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1년 뒤에는 잘 설명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조사신청서 접수

a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잇는 '별들의 집'을 방문해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잇는 '별들의 집'을 방문해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김화빈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송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특조위원 임명안을 재가했다. 21대 국회서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통과된 지 약 4개월 만이다. 활동 기한은 1년이지만 3개월까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여당 추천 특조위원으로는 이상철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비롯해 황정근 변호사, 방기성 방재협회장, 이민 변호사가 임명됐다. 야당 몫으로는 위은진 전 법무부 인권국장, 김문영 성균관대 교수, 정문자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양성우 변호사가 임명됐다. 송 위원장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천했다.

지난 5월 14일 국무회의서 공포된 특별법은 ▲ 희생자의 유족 ▲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 ▲ 직무가 아님에도 긴급구조 및 수습에 참여한 사람 ▲ 해당 구역 인근에서 사업장 운영 또는 근로활동을 하던 사람 등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특조위에 진상규명 조사 신청을 할 수 있다.

특조위는 이날 회의에서 제정한 규칙에 따라 이태원 참사 2주기 집중 추모의 달이 시작되는 다음달 2일부터 진상규명 조사신청서를 접수한다. 조사신청 접수 마감은 2025년 6월 30일까지다.

a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잇는 '별들의 집'을 방문해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잇는 '별들의 집'을 방문해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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