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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동네 물건들이 팝업스토어로 떴다

광주광역시 양림동에 위치한 전남 장성군의 팝업스토어

등록 2024.10.20 16:17수정 2024.10.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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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삼청동이나 서촌으로 비유되는 광주광역시 양림동의 한 가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선한 마음 선한 물건- 장성선물가게'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광주비엔날레와 양림골목비엔날레를 찾아온 국내외 방문객들까지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장성선물가게 광주광역시 남구 백서로 76
장성선물가게광주광역시 남구 백서로 76남철우

장성선물가게는 전남 장성군이 광주비엔날레와 양림골목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장성군의 여러 상품들을 한데 모아 3개월간 개장하는 팝업스토어(pop-up store 한시적인 매장)이다.

장성선물가게 내부 편백숲의 나무 진열대가 인상적이다
장성선물가게 내부편백숲의 나무 진열대가 인상적이다남철우

가게는 외경부터 디자인이 남다르다. 세 칸의 큰 유리창에 '숨 쉼 숲' 초록색 대형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초록색 숲의 기운이 펼치지는 듯하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보면 창가에 쭉 나무화분에 심어진 편백나무들이 숲의 분위기를 더해 준다.

위로는 천장 전체에서 부드럽게 늘어져 펼쳐진 광목천은 가을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이 연상된다. 편백나무 숲의 모양으로 디자인된 나무진열대들은 이 가게의 콘셉트를 숲의 공기처럼 상쾌하게 알려준다. 피톤치트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장성 축령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실내 인테리어는 '숨 쉼 숲'의 서브 컨셉을 명확하게 구현하고 있다.

한희원 (양림골목비엔날레 집행위원장, 화가)
가게에 들어와보니 편백숲의 분위기가 느껴져 참 편안했다. 양림동골목비엔날레에 이런 매장이 들어와 기쁘고 (역사와 예술 공예의 마을인) 양림동에 이런 멋진 스타일의 가게가 필요했다.

모시 빗자루 모시줄기를 잘게 쪼개 엮어서 만든 작은 빗자루
모시 빗자루모시줄기를 잘게 쪼개 엮어서 만든 작은 빗자루남철우
액막이 명태 집들이 개업식에 좋은 액막이 선물이다
액막이 명태집들이 개업식에 좋은 액막이 선물이다남철우
보자기 가방 전통적인 색깔의 보자기를 엮어 만든 가방
보자기 가방전통적인 색깔의 보자기를 엮어 만든 가방남철우

50여 가지의 상품들은 크게 공예품과 패션, 액세서리, 식품으로 구성되었다.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로 만든 오일과 비누, 모시를 곱게 엮은 손빗자루, 액막이 선물인 도기와 나무 북어, 한국의 전통적이면서도 화려한 색깔의 보자기가방, 섬세한 쪽빛이 고급스러운 염색 앞치마와 이불, 도기 촛대, 머그컵과 열쇠고리 반지 소품들, 나무 버터 칼, 염색 부채 등 다양한 상품들이 나무 진열대 위에 집중력있게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다. 상품들을 하나둘 보다 보면 그것을 만든 분들의 선한 정성과 마음이 가을햇살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쪽염색 홑이불 고객이 쪽염색 홑이불을 펼쳐보고 있다
쪽염색 홑이불고객이 쪽염색 홑이불을 펼쳐보고 있다남철우

나유미 (전남 장성군)
몇 가지를 샀는데 더 사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느라고 힘들었다. 장성에 살면서도 이렇게 좋은 물건들이 있는 줄 몰랐다. 팝업스토어는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우리 마을에도 된장 간장 만드는 분이 있는데 '이 가게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주위에서도) 관심이 많다.

장성선물가게 사과 블루베리 식초, 생강 조청, 국수, 소금 등이 진열된 식품 코너
장성선물가게사과 블루베리 식초, 생강 조청, 국수, 소금 등이 진열된 식품 코너남철우

잔과 술 희뫼요의 백자 술잔과 참나무 사과증류주의 전시
잔과 술희뫼요의 백자 술잔과 참나무 사과증류주의 전시남철우

매장 한가운데로 빙둘러 나름 아름답게 진열된 먹거리들은 한눈에 봐도 건강한 식품임을 알 수 있다. 독도 해양심층수 미네랄 블루베리 식초, 카레와 쑥 비트로 만든 국수, 황토 항아리에 넣어 구운 소금과 그 소금으로 만든 간장 액젓, 생강 조청, 황칠 엑기스, 치즈가 듬뿍 들어간 감자빵, 장성 특산물 감과 사과로 만든 감사빵 등은 슬로우 에이징(slow aging 감속노화) 시대에 걸맞는 인기있는 상품들이다. 매장 한켠에 마련된 '잔과 술'의 코너. 백자를 굽는 희뫼요의 술잔들과 참나무 사과증류주의 협업 전시는 여럿이 둘러앉아 술 한잔 기울이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그 앞에 놓인 시구(詩句)도 좋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성군의 필암서원이 기리는 조선중기의 성리학자 하서 김인후의 시.

물살 치는 돌 웅덩이에 둘러앉으면
소반의 술안주 뜻한 대로 넉넉해
빙빙 도는 물결에 절로 오고가니
띄우는 술잔 한가로이 서로 권하네

장성선물가게 장성군 소상공인과 공예작가들의 50여가지 상품이 전시 판매중이다
장성선물가게장성군 소상공인과 공예작가들의 50여가지 상품이 전시 판매중이다남철우

홍혜정(손님, 대구광역시)
소금 간장 식초 염색 앞치마 사과증류주 등을 샀다. 다른 가게에 가면 상품들이 너무 많이 진열돼 눈에 잘 안들어왔는데 이곳은 깔끔하게 진열돼 있고 패키징도 좋고 콘셉트를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선한 마음 선한 물건 – 장성선물가게'의 기획의도는 이렇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너무 쉽게 물건을 사고 그것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지금 선물은 어떤 모습에 처해 있을까요?

현대사회의 생산자들은 물건을 빠르게 잘 만들어내지만 정성과 따뜻한 마음까지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마트의 진열대에서 온라인에서 그런 물건들을 선택하고 돈을 지불만 할뿐입니다. 선물을 받는 사람들은 물질의 풍요 속에서 그저 그런 마음으로 선물을 건네받곤 합니다.

이제는 이런 단절과 차가움을 타파해야 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와 선물을 받는 사람이 서로 만나야 합니다. 선한 마음으로 선한 물건으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가슴 훈훈해하며 따뜻하게 만나야 합니다. 그래야 생산자가 살고 물건이 살고 소비자가 살고 선물을 받는 사람까지 한꺼번에 살아나게 됩니다. 유기적인 선순환이 구축되면 그것이 삶의 활력이 되고 장성의 활기찬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장성선물가게 포스터 '숨숲쉼'의 컨셉을 담은 포스터
장성선물가게 포스터'숨숲쉼'의 컨셉을 담은 포스터장성군청

장성선물가게는 농림수산식품부가 2018년부터 전국 100개 시군에서 추진중인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의 여러 결과물 중 하나다. 장성군 농촌신활력사업단은 장성선물가게를 열기까지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공예인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장성선물가게의 기획과 디자인을 총괄한 조명희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방에서는 편집샵과 팝업스토어는 낯선 방식의 가게다.

"일본에서는 몇십 년 전부터 편집샵이 발전해왔는데 지역의 숨어있는 장인들의 상품들을 발굴해서 공장과 장인의 이야기를 주제를 정해 집중적으로 전시한다. 전시를 통해 장인과 관람객 소비자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고도 끈끈한 유대감이 이뤄지고 소비로 연결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샵의 형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강남이나 한남동 등에 그런 매장이 있는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에 농촌지역인 장성군에서 대도시인 광주 시내 한복판인 양림동 팝업스토어로 실험적으로 용기있게 적용해본 사례가 장성선물가게다."

- 사업체와 참가자를 대상으로 컨설팅하고 입점할 상품을 구성했던 과정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선한물건'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선한 마음'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즉 선한 마음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이고 진실이고 세련된 멋스러움이어야 했다. 그래서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 23개 업체를 컨설팅했다. 상품 자체의 질을 끌어올리고 상품의 디자인과 톤 앤 매너(tone & manner)를 점검해 세련된 이미지를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 기간이 짧아 아쉬웠지만 앞으로도 꾸준하게 컨설팅이 이어지면 좋겠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향후에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보석같은 상품군들이 장성군에 있다는 것을 발견해서 기뻤다. 판매상품을 선별할 때는 장성 지역의 상품들이 다양하지 않아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일부 상품은 기획하고 주문 제작해서 품질 좋은 판매상품군을 구성했다."

- 장성선물가게를 준비하면서 여러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전반적인 소감은?

"이번에 참가한 분들을 만나면서 순수한 열정을 많이 느꼈다. 그런데 대도시의 매장을 통해 팔아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 많아 처음엔 두려워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분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상품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결과, 실제로 판매가 잘되면서 상품을 만든 분들이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장성의 신예 작가부터 경력있는 생산자까지 어우러져 상생의 시너지를 이루고 있고, 장성군 로컬의 특색있는 상품들과 광주시 양림동의 골목상권과도 상생이 이루어져 의미있는 사례가 될 것 같다."

농촌 지역 상품들의 상품력 강화와 대도시 판매망 개척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선한 마음 선한 물건 - 장성선물가게는 광주광역시 양림동 아크레타양림에서 11월말까지열린다. (월요일 휴무)


#장성선물가게 #광주비엔날레 #양림동골목비엔날레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조명희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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