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격리, 박탈 - 세계의 내부로 추방된 존재들 / 동아시아의 수용소와 난민 이야기 신지영,김보람,쉬징야,김예림,호시나 히로노부,조경희,김아람,권혁태,김한상,란스치,중수민,현무암,다카야 사치,심아정,타리(나영정) (지은이),신지영 (엮은이),김보람,쉬징야,방수미,장수지 (옮긴이)
서해문집
책 <수용 격리 박탈>을 보다 이때 경험이 떠올랐다. 책은 제목 그대로 어떤 인간이 사회에서 살 자격이 없다고 내쳐질 때, 그의 신체를 가두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빼앗는 공권력 구조적 폭력과 이 때문에 붕괴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많은 수용과 격리 그로 인한 박탈이 존재한다는 것에 경악했다. '나'는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특권적 인식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깨달았다.
이런 경우로 독자는 어떤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까? 홀로코스트 정도가 보편적으로 떠오를까? 홀로코스트의 아이러니는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전도되어 가자 지구(팔레스타인)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계를 한반도 역사로 돌리면 수많은 '수용, 격리, 박탈'이 있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대규모 한센인 수용, 전쟁으로 발생한 수많은 (피)난민 수용 외에도, 장애인 수용, 정신병자 수용, '부랑자' 수용, 부녀자(성매매 여성) 수용 등, 헤아릴 수 없는 수용과 격리로 인권을 침해해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자. 위 열거된 어떤 경우가 그들을 가두어도 되는 이유로 충족되는가. 장애인은 장애를 보완해 줄 시스템으로 보조해야 하는 것이고, 아픈 사람은 적절한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고, '부랑자', 부녀자(성매매 여성)는 살길을 열어 주어야 하는 것이지 않나.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지만, 이를 회피하고 손쉽게 관리하기 위해 수용소를 짓고 이들을 가두었다.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고,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누구나 부모를 잃고 거리에서 살 수 있고, 누구나 가난으로 몸을 던질 수 있다. '나'는 이런 폭력적 상황에서 예외적 존재로 안전할 수 있었을까?
책은 국내를 넘어 해외 사례도 소개한다. 이 사례들 모두는 일본이 '탈아입구(脫亞入口)'라는 제국주의적 광기로 저지른 결과였다. 한반도뿐 아니라 타이완 수용소, 인도네시아 수용소 등, 일제가 점령했던 모든 곳에서 대규모의 '수용, 격리, 박탈'의 인권침해가 있었다. 문제는 일제가 패망하고 수용소가 사라져도 식민의 잔재는 변형된 채로 남아 지속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모든 수용소 역시 일제 식민에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1950년부터 일본 나카사키현 오무라 시에서 조선인을 관리한 오무라 수용소는 지금 한국의 외국인보호소와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이곳은 '4.3'이나 '6.25'를 피해 밀입국한 밀항자, 노동 이민자, 형법 위반자 등을 가두었다. 주지하듯 '4.3'에선 엄청난 학살이 있었고 살아남기 위해 오사카 등으로 피난한 제주민들이 많았다. '6.25'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발생하는 난민처럼 이들은 전쟁 난민이었다.
노동 이민자의 경우 역시 주지하듯 대부분 징용으로 갔거나 조선에서 먹고살 길이 없어 도일한 사람들이다. 이 모든 이주가 일제의 침략과 수탈 때문이었는데, 전쟁이 끝나자 순식간에 '비국민'으로 낙인찍어 내쫓으려 한 것이다. 일제가 책임을 회피하고 오직 추방을 위해 조선인들을 가둔 오무라 수용소에서 온갖 고난과 수모를 겪은 이들은 보호소에 있는 이들과 얼마나 다른가?
보호소에 갇힌 이들 대부분은 한국이 필요해 불러들인 사람들이고 입국 시 적법한 비자를 받았다. 대부분 턱없이 부족한 3D 업종 일자리를 메우기 위해, 유학생을 받아 대학의 재원을 채우기 위해, 전쟁과 살해의 위협을 피해, 부모를 따라 들어온 아이들, 동포의 나라라고 안심하고 입국한 동포 노동자들 모두 정부가 불러들인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보호' 조치를 취해야지 잡아들여서 가두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단 말인가.
지난 10월 20일 '마중'이 기획한 시민모임 <"불법"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힌 목소리들>에서 활동가들은 보호소의 외국인을 조력하는 '마중'의 역할이 보호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활동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마중'의 궁극적 주장은 보호소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어떤 인간도 그 자체로 불법인 존재는 없기 때문이라고. 'No One is illegal'이라는 그들의 호소는 곧 보호소 외국인의 외침이다. 장벽에 가로막혀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고 마는.
수용, 격리, 박탈 - 세계의 내부로 추방된 존재들 / 동아시아의 수용소와 난민 이야기
신지영, 김보람, 쉬징야, 김예림, 호시나 히로노부, 조경희, 김아람, 권혁태, 김한상, 란스치, 중수민, 현무암, 다카야 사치, 심아정, 타리(나영정) (지은이), 신지영 (엮은이), 김보람, 쉬징야, 방수미, 장수지 (옮긴이),
서해문집,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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