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이훈호 원장.
월간 옥이네
이훈호 원장이 홍동면과 인연이 된 것은 2010년, 홍성군과 청양군에서 공중보건의로 활동할 당시부터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그는 3년간의 지역살이 끝에 홍동면에서의 정착을 계획했다. 홍동면에서 이뤄지는 여러 마을공동체 활동과 주민들에게 매력을 느낀 것이 큰 계기가 됐다.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돼 만든 다양한 협동조합과 단체, 이들이 만들어낸 마을 분위기가 바람직하다고 느꼈죠.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하기에도 좋은 마을이라고 봤습니다. 의료 관련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하는 수요도 있었고, 제가 여기에서 역할을 해볼 수 있겠단 생각에 이곳에 이주, 홍성의료사협의 조합원이 돼 의료인으로서 활동하게 됐죠."
그가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당시 인상 깊었던 풍경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장례문화였다.
"마을공동체에 대해 아직 잘 모르던 시기예요. 평생 도시에 살다가 농촌에 왔을 때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장례문화였습니다. 마을 분들이 하나 돼 장례 절차를 도와주시는 모습을 보고 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접하면서 마을공동체가 스스로 기능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곳에 이주해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된 그는 외래진료와 방문진료 등 의료 행위뿐만 아니라 각종 건강프로그램에 강사로도 참여하며 구석구석 녹아들고 있다.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홍성의료사협이 있는 홍동마을은 풀무농업기술학교(1958년 설립)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업 발상지이자 농업·문화·교육·의료복지 분야 등 협동조합이 14개, 비영리 단체가 10개 이상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중심지'다.
홍성의료사협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 협동조합으로 70회 이상의 준비모임을 거쳐 2015년 314명의 조합원, 4천만 원의 출자금으로 창립했다. 이는 전체 면 주민의 약 10%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면 단위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다.
"풀무농업기술학교의 존재가 지금의 홍동면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죠. 유기농업에 관심있는 분들, 올바른 교육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는 분들이 모여서 이곳에 여러 협동조합과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좋은 마을공동체를 만들고자 할 때 '의료시설' 역시 빠질 수 없었죠.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였습니다."
'스스로를 살피고 서로를 보살피는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의료문제를 고민하며 이들은 기존의 전문가, 자본 중심의 의료체계로는 이를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 주민들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어나가고자 했다. 홍성의료사협 안상균 사무국장은 기존 의료체계를 잘 드러내는 한 장면을 이야기했다.
"언젠가 서울시 강남구의 22층짜리 건물을 본 적이 있죠. 전체 층 중 19층이 전부 병원으로 이뤄져 있었어요.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치과, 안과와 같이 수익성이 높은 병원이 대부분이었죠. 오늘날 의료 체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풍경이었습니다."
의료수가(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뒤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총액)가 병·의원 수익의 기초가 되고, 이를 기준으로 병원이 설립되다 보니 수도권과 특정 전공에 의료 시설과 의료인이 몰린다.
이는 반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과 수익성이 낮은 전공의 의료인 부족으로 이어진다. 수도권 의료기관 역시 비싼 임대료와 의료장비,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과잉진료와 짧은 진료가 늘어나면서 적정 의료와 전인적인 진찰, 치료로부터 멀어지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의료시설의 혜택으로부터 농어촌 지역은 갈수록 소외되고, 그 외의 경우에서도 진료비 부담이 높아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