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파주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린 대남 확성기 소음피해 주민 긴급현장 간담회에서 민북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기도
"밤낮없이 확성기 타고 나오는 소름 끼치는 소리"에 주민들 극심한 고통 토로
올해 들어 파주 접경지역 일대는 반북·우익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서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이어진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하면서 긴장의 수위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이날 김동연 지사를 만난 접경지역 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북한의 소음방송으로 인한 고통을 봇물 터지듯 쏟아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현재까지 25일가량 지속되고 있는 북측의 대남 확성기 방송은 주민들이 이제껏 거주하면서 들어본 대남방송 중 가장 높은 강도의 소음이었다. 들개, 여우, 까마귀 등 동물 울음소리부터 기계 돌아가는 소리, 쇠뭉치 긁는 소리 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밤낮없이 확성기를 타고 방송되면서 대부분의 주민은 극심한 불안과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성동 주민 A씨는 "죄인도 잠은 재울 것 아닌가? 우리는 죄인보다 더하다"면서 "너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B씨는 "완전히 지옥 같다. 중증 환자여서 병원 갔다 오면 쉬어야 하고, 아이들은 공부해야 하는데 그런 걸 할 수 없다"면서 "동네 어르신들은 (확성기에서 나오는) 비행기 뜨는 소리에 전쟁 났다고, 피난 가야 된다는 분도 계신다"고 전했다.
C씨는 김동연 지사에게 "저희 좀 살려달라. 저희도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며 "부귀영화 바라는 것 아니다. 잠 좀 자게 해 달라. 사람답게 평범한 일상을 원한다"고 절규했다. D씨는 "우리 측에서 하는 좋은 소리(대북방송)도 매일 들으면 환청이 들릴 정도"라며 "그러다가 밤에는 (북한의) 대남방송... 귀신 소리, 동물 학대해서 나는 소리 같은 게 엄청 시끄럽게 들린다. 대성초등학교 애들이 전학 갈까 불안해하고, 어느새 그 많던 고양이들이 없어졌다. (고양이들도) 공포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리가 아주 터져나가고 뒷골이 뻣뻣해진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너무 아프니까 울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토하고, 눈이 거의 20일째 퉁퉁 부었다" 등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인한 고통을 토로하는 주민들의 증언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반북·우익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방안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민북지역 통일촌 주민 E씨는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방송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악화할 경우 안보 관광이 중단되고 원점 타격 등으로 오발 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니 탈북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 시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건의한다"고 강조했다.
해마루촌 주민 F씨는 "남측에서 대북전단지를 날리게 되면 여기 주민들은 굉장히 불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북한 쪽의 포병 사단들이 전부 즉각 사격 준비 태세를 하고 있는데, (대북전단)풍선을 날리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는 게 접경지역 주민"이라며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