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알려주는 코스모스 가을의 꽃,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가을을 환하게 밝혀주는 코스모스를 친구는 싫다했다. 한해의 끝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란다. 오는 세월을 거역할 수 없는 현실,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면서 한해의 끝을 잘 마무리 하고 싶은 심정이다.
박희종
길거리를 지키던 메타쉐콰이어도 겨울을 준비한다. 푸르던 잎은 어느새 주황색으로 물들었고, 길거리에 쏟아낸 잎새가 수북하다. 지나는 차량에 날리는 나뭇잎들이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늦가을 산등성이는 노랗게 물들었다. 노란 산국이 꽃을 이고 진한 향을 품어내고 있어서다. 산속 벌들을 다 모였고 나비가 어울러지는 진 풍경은 가을이 깊어가면서 만나는 골짜기의 아름다움이다.
가을비 오는 썰렁한 풍경
감성을 불러내는 가을비는 쓸쓸하다. 낙엽을 떨구고 옷깃마저 여미게 하는 썰렁한 가을비가 며칠 내렸다. 농부들은 거두어들여야 할 농작물들이 걱정이다. 서둘러 들깨밭으로 향하는 농부들의 발길이 바쁘다.
비탈밭을 가득 메운 들깨를 수확해야 하지만 쏟아지는 가을비가 야속하다. 넓은 밭에 베어 놓은 들깨가 비를 맞고 있는 풍경, 농부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언제 비가 그칠까를 기대해 보지만, 아직은 그칠 조짐이 없다. 괜히 먼 산만 바라보는 모습은 오래 전의 내 아버지다.
벼가 익어가는 들판엔 콤바인소리가 요란하다. 사람이 한 포기씩 베어내던 들판에 기계음이 정적을 깬다. 문명의 덕에 몇 날이 걸리던 가을걷이가 순식간에 훤한 들판으로 변해버리지만 가끔은 오래 전의 추억이 떠오른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벼를 베고, 논둑에 앉아 점심을 먹던 모습이다. 넓은 들녘의 이웃들을 불러 모아 함께하는 자리였다. 길가엔 트럭이 세워져 있고, 바쁘게 움직이던 거대한 컴바인도 가을비가 세우고 말았다. 가을비가 주는 불편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