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의 한 서점.출판물 시장 조사겸 들렀고, 잡지와 신문도 몇 개 샀다. 가판대 오른쪽에 보면 한국어 교재가 추천도서로 올라와 있다. 맨 아래는 미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 도서. 오타니 쇼헤이 단행본과 잡지가 정말 많았다.
김관식
어느 정도 시장조사도 하고, 몇몇 관계자와 인터뷰도 마치고, 책도 여러 권 구매했다. 귀국할 때 캐리어 제한 무게인 15kg를 간신히 맞췄다. 이제 내일이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마지막 날에는 시모노세키로 떠날 작정이었다. 그곳에는 한국인 2세가 많이 살고, 척박했던 삶의 여정을 이겨내고 이제는 제법 유명 음식점도 경영하는 유지도 많다.
그날 아침, 피곤했는지 오전 8시 즈음 눈을 떴다. 하루를 시작할 물건을 챙기고 선크림까지 바르고 나니 9시가 넘었다. 복도가 조용해질 때 나서야지 하고 생각했던 찰라, 반대로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 외시경으로 보니, 아뿔싸... 빈방 청소하러 한 분이 올라온 것이었다.
'이걸 어쩐담?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나가자. 눈 마주치면 인사하지 뭐.'
문을 살짝 연다고 열었는데, 덜컹 소리가 났나보다. 직원과 눈이 스치듯 마주쳤다. 내가 손수쳤다. "오츠카레사마데스" 그랬더니 그도 내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국말로 내게 화답한 것도 신기했지만, 날 한국인으로 금세 알아본 것이 더 신기했다. 무엇보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던 이였는데 하얀 가운을 입고, 허리를 숙여 교체할 수건을 챙기고, 이불 시트를 옮겨 담고 있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모습이 대단해 보였던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얼마나 자신의 일에 솔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할까. 거리낌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며, 손님과 살짝 인사를 나누고 다시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오늘 하루를 시작할 내게 많은 사유 거리를 갖게 했다.
하루 일정이 끝나가는 동안까지도 그 모습이 뇌리에서 잊히질 않았다. 내가 그동안 너무 욕심이 많았구나, 남을 의식했구나, 편한 일만 찾았구나, 행복에 무뎌져 잊고 살았구나, 반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출장은, 늘 고정돼 챗바퀴처럼 굴러가던 내게 새로운 가치관과 관념을 심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호델에 들어와 방문을 열었다. 이불에 가방을 내려놓으니 너무 깔끔히 정리한 흔적(?)이 농후했다. 화장실 한 켠에는 오늘 마지막으로 쓸 수건이 두 장 걸려있고, 바닥에 깔 시트도 한 장 놓여 있었다.
'그래, 이대로 갈 수 없어.'
마지막 날, 매운 게 먹고 싶을 때 먹으려고 한국에서 가져왔던 작은 컵라면. 그것을 작은 메모지와 함께 두고 한국에 돌아왔다. 사실, 이것도 고민 많이 했다. 둘까, 말까, 괜히 오지랖 넓은 짓 아닐까, 오히려 무례한 일일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내 솔직한 심정을 남기면, 진심은 알아줄 거라고 여겼다.
돌아온 저녁, 내 소셜미디어 계정에 사진과 함께 글을 남겼다. 국가와 국경을 떠나, 5일 동안 내 방을 정리해주신 분 덕분에 깨끗하고 상쾌하게 지내다 돌아올 수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