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이건희 회장의 4주기 추모식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오전 진행됐습니다. 이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 받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언론 보도에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뛰어넘는다는 뜻입니다. 과거 승어부를 다짐했던 이 회장이 이른바 '뉴삼성'을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승어부란 말이 삼성의 경영 전략에만 초점이 맞춰져 다시 소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과거 이 회장이 다짐했던 '승어부'는 이보다 사실 훨씬 더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승어부란 말은 2020년 12월 30일 국정농단 2심 결심공판 때 이 회장의 최후 진술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이 회장은 "두 달 전 이건희 회장 영결식이 있었는데 회장님 고교 친구분이 추도사에서 승어부라는 말을 꺼냈다"며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는 말씀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능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이 회장은 설명을 시작합니다.
"경쟁에서 이기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신사업 발굴과 사업 확장도 당연한 책무입니다. 하지만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 회장이 강조한 더 큰 의미는 준법, 즉 삼성이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회사를 키우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또는 "삼성이 일부 분야에서 대한민국 선두기업이 됐으나 사회적 역할, 책임,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막중한지는 간과했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외부에서 여러 부당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하는 준법감시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우리 산업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중략) 이것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인 것이고 기업인 이재용이 추구하는 일관된 꿈입니다. 이것이 이뤄질 때 저 나름대로 승어부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회장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최근 아버님을 여읜 아들로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라고요. 따라서 삼성의 경영 전략에만 초점을 두고 '승어부'란 말을 조명하는 일부 보도는 당시 이 회장의 효심 또는 다짐을 퇴색시키는 것입니다. '뉴삼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