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는 이태원이 좋아서 이태원에 스며든, 이태원을 살아갈 사람들의 목소리를 따뜻하고 다정하게 그려 냈다.
조혜원
처음엔 잘 믿기지 않았다. 이토록 거대한 슬픔을 이다지도 따뜻하고 단단하게 품고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 화면에 새겨진 그 글자들을 꼭 종이 위로 옮기고만 싶었다.
온라인에 띄워졌던 글은 한층 깊이 있는 내용으로 보완되었고, 인터뷰이들의 최근 모습들도 개성 있고 선명한 사진으로 추가되었다. 본격으로 편집에 들어가면서 가장 고심했던 것은 어쩌면 단 하나. 연이은 사회적 참사들로 애간장이 닳았을 재난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그 곁으로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절망 넘치는 이 세상을 계속 믿고 사랑하고픈 마음이 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길에 이 책이 징검다리가 되는 것.
조금 캐주얼하게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
이태원 그 떠들썩한 복판에 살고 있는 주민, 매년 가족 단위로 핼러윈을 즐기던 부부, 라운지 바를 운영하는 상인, 클럽 DJ, 퀴어 아티스트, 모로코에서 온 이주민 그리고 이태원을 애정하는 방문객까지.
모두 아홉 명 인터뷰이와 공명한 일곱 명의 기록단 그리고 재난 세대를 대표하는 한 청년의 간절한 독백은, 저마다 간직한 그 애틋함으로 내 안에 흐르던 슬픔을 멎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태원이 좋아서 이태원에 스며든, 이태원을 살아갈 사람들의 목소리는 참사로 희생된 159명의 별들에게도 분명 닿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소망이 피어났다.
늑장 출범한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2주기를 보름여 앞두고서야, 참사 관련 기록물에 대해 폐기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정부 기관에 발송했다. 용산구청장 무죄 1심 선고에서 보듯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까지 안전사회로 가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그럼에도 희망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애도와 연대(연결)의 물결일 것이다. <이태원으로 연결합니다>를 통해 참사 희생자, 생존자, 유가족 그리고 시민을 위한 연대의 손길, 무지갯빛 사랑이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