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 공장 옥상에 올라 농성 중인 여성노동자 박정혜·소현숙의 모습
노순택
지난 10월 25일,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한국옵티칼의 메일은 그 이유를 짐작케 한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무대리인이 일본 닛토덴코 본사에 보낸 이메일에는 "신임 노조 대표자들이 배려를 감사하게 생각지 못하고 금속노조 구미 대표자들의 선동에 휘둘려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경우, 닛토그룹은 중국 법인 생산 물량을 이전해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 한국옵티칼은 초기에 폐업할 수밖에 없다"란 노조 협박 내용이 담겨 있다. 노조활동을 '빨갱이', '공산주의자', '귀족노조' 등으로 낙인찍어온 노조혐오의 유구한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조혐오의 강고한 관성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의 문제는 한국 노동운동 진영에 남겨진 오랜 숙제다. 다만 하나의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2011년,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싸운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을 내려오게 한 것은 '희망버스'였다는 사실이다.
노조원만이 아닌, 다양한 구성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영도 앞에 모였을 때, 그의 농성은 30년 가까이 노동운동을 해온 그에게 "아주 새롭고 신비로운 운동"이 되었다. '각기 다른 깃발을 들고 한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은 노조혐오의 논리는 물론, 남성 정규직 위주의 노조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롭고도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니 11월 2일, 한국옵티칼로 가는 연대버스를 함께 타자. 박정혜·소현숙이 땅을 밟게 하고, 이 세계를 지탱하는 다양한 노동의 존재를 분명히 확인하자. 그리고 노동자로서 말하는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새롭고 신비로운" 순간을,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선물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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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순간"... 함께 한국옵티칼행 버스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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