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
경남도의회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를 폐지한 가운데 박종훈 교육감이 함양군을 찾아 이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함양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통 간담회에는 박종훈 교육감을 비롯해 한상현 경남도의원, 마을강사,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 지자체 관계자, 교육청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10월 15일 경남도의회 제418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해 폐지된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는 지역사회와 학교가 협력해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역할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함양교육지원청은 함양군청과 협력체제를 갖추고 지난 2022년 미래교육지구를 시작한 이래, 마을 연계 교육과정, 지역 특색 체험활동 및 학생 자율동아리 운영 등 학교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사업과 마을배움터 운영 지원, 마을강사 역량강화 연수 등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날 참석자 대부분은 간담회를 통해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에 유감을 표하면서 해당 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양초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한 교사는 "함양초는 지리산 등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태환경 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생태 감수성과 애향심을 키우고 있다"며 "마을 강사와 지역민의 생생한 지식이 더해진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지역 특화 교육 브랜드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홍성미 안의사랑마을공동체 대표는 "안의면의 경우 주말이 되면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고 스마트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지역은 학원도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 해서 꾸려진 게 마을 교육터"라며 "아이들이 마을 강사와 함께 호흡하며 배우는 공간인데 이것마저도 끝난다면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아이들한테 또 학부모님들한테 이 상황을 어떻게 전달해야 될지 참 고민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개평마을에서 협동조합을 운영 중인 한 주민은 "개평한옥마을에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체험을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마을사람들도 자신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역의 전통문화체험 등을 내 자녀들, 손자들 가르치듯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폐지는 인구 고갈만이 아닌 문화 고갈로 이어지는 현상을 부른다. 문화를 이어주는 이러한 매개체는 지속돼야 된다고 본다. 대안 없이 없애는 것은 사다리를 완전히 잘라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역소멸 대응 차원에서도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호찬 교육장은 "현장을 가보시면 최저임금도 안되는 수준으로 마을 강사님들이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또 사랑으로 돌보고 계신다. 놀거리가 없고 교육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 그나마 남아있던 마을교육공동체가 사라진다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지역을 떠나야하는 입장"이라며 "함양의 가장 큰 자랑은 시골 면면마다 있는 작은 학교의 아름다운 공동체이자 그것을 아이들과 함께 지키고 계신 마을교육 공동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서필상 함양미래교육지구 위원장은 "마을과 아이들이 같이 공존해야지 마을이 살 수 있고 또 마을이 살지 않으면 학교도 살 수 없다. 단순히 이걸 하나의 교육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닌 소멸해가는,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마을을 살리는 일환"이라고 말했고 이영애 마천초등학교 교장 또한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함양으로 오고 싶어 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들이 그렇다. 우리 함양 지역에는 공동체가 마을마다 탄탄하게 있다. 우리 함양에 교육력이 탄탄하고 귀농귀촌 인구가 있는 까닭은 마을교육공동체를 기반으로 여러 선생님들이 애써주신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박 교육감은 경남의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이 매년 크게 감소하고 있는 교육 현실과 세계적 교육 흐름이 소통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향을 설명하며 마을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