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소망 담은 '촛불'2016년 12월 2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즉각퇴진 9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과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을 모아두고 있다.
권우성
영화 <인사이더>는 담배 회사의 부패를 폭로하려는 한 과학자의 용감한 투쟁을 그린다. 그는 거대한 권력의 압박과 위협을 감수하면서도 진실을 향한 결단을 내리고, 그 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진실을 위해 기꺼이 대가를 치르려 했던 그의 용기는 단지 개인을 넘어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진실의 가치와 그것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그가 걸었던 길은 결국 대중이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를 향한 길이었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녹취 사건도 마찬가지로 권력의 단단한 외벽을 깨뜨리며 진실을 드러내야 할 의무를 상기시키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폭로가 아니라, 진실과 정의가 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 사건을 통해 대중은 다시 한번, 권력에 맞서는 진실의 힘과 그것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인식하며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된다.
사건의 파문은 고요한 물결처럼 잔잔하게 퍼져가고 있다. 비록 작은 물결이지만, 권력이 그 파장을 외면하는 한, 잦아들지 않고 더 넓은 곳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이제 대중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그들의 행보 하나하나를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 권력이 감추려 했던 목소리가 어디까지 울려 퍼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사건은 국민과 권력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며, 깨어난 대중이 권력의 균열을 감시하는 눈이 되도록 이끈다.
결국, 국민은 더 이상 장막 뒤에 가려진 신뢰에 의지하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장엄한 구호가 아닌 소박하고 투명한 진실이다. 진실은 단단한 돌이 아니라, 금이 가면 다시 붙일 수 없는 유리와 같은 존재다. 한 번 금이 간 신뢰는 결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신뢰의 기둥이 과연 다시 세워질 수 있을지 물으며, 권력의 투명성을 다시 묻고 있다. 이번 사건은 권력의 벽을 허물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할 우리의 과제를 일깨운다.
진실은 창문 너머로 비치는 희미한 빛처럼 부서지기 쉬운 것이기에, 우리는 그 빛이 흐려지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한다. 작은 촛불이 언젠가 커다란 불길로 타올라, 차갑던 그 벽을 따스한 온기로 물들일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국민은 결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그 길 위에 서서 함께 걸어갈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손길 하나로 진실의 길을 쓸어내야 한다. 촛불의 마음들이 모여 하나의 빛줄기를 만들고 퍼져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진실은 더 이상 깨질 유리가 아니라, 대중의 숨결로 이루어진 투명하고 단단한 등불이 된다. 우리의 시선이 권력의 어두운 틈을 파고들고 마음이 진실을 향해 두드릴 때, 그 너머에선 마침내 온기가 흐르고 새로운 공동체의 새벽이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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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의 질서를 의문하며, 딜레탕트Dilettante로 시대를 산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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