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박종철 제공
- 2024년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잖아요. 중국에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중국에서는 미국의 선거제 민주주의라는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론 조작이 심각하고 민주주의가 합의에 기반하기보다 다수의 폭력적인 형태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자체가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주창하지만,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인종주의자이며, 군산복합체에 둘러싸인 전쟁광 해리스와의 대결이었다고 폄훼해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둘째, 중국 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았습니다. 양측 모두 반중국 포위망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트럼프의 무역 관세 전쟁보다는 바이든의 나토 확장이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더욱 나쁘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나쁜 인연이지만,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오래된 친구로서 그나마 낫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 트럼프를 중국의 오랜 벗이라는 평가는 의외인 거 같아요. 우리 생각에는 트럼프보다 해리스가 낫다고 생각할 것 같거든요.
"트럼프 시기 무역 관세전쟁에도 불구하고, 실제 미중경제무역 협력의 정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중국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했지만, 전방위 압박은 선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중국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식 압박은 오히려 '중국제조 2025'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방아쇠 역할을 하며, 첨단기술 경쟁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인식도 상당합니다. 외교·안보 면에서 해리스 주변에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따른 전쟁 지속을 희망하는 매파가 많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 트럼프 2기의 중국 때리기가 향후 더욱 심화될까요?
"트럼프 정책이 1기 때보다 좀 더 세련되고, 체계적이며 강력하게 시행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대중국 포위망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4년으로 끝나기 때문에 초반 1~2년만 정책이 강력하고, 후반기는 백인 중심에 따른 분열로 미국이 혼란에 빠지며 정책수행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동맹과 비우호국 모두 때리기를 했었고, 이에 외교 안보 정책에 따라서 현재 중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협력이 더욱 촉진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시기이든 바이든 시기이든 중국과 주요 선진국의 경제무역 협력은 촉진되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중국은 이미 한번 트럼프를 경험했었고, 업그레이드된 트럼프에 대하여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어 보입니다. 당시 높은 대중 관세와 많은 물품의 대중 금수조치로 인하여, 중국은 타격을 받았지만, 미국은 더 많은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높은 관세와 금수조치로 중국은 미국 외에 다른 많은 국가와 교역을 확장했고, 특히 제3국을 경유한 양국의 교역이 증가하는 역설을 낳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3의 국가에서 상호 물품을 조달하거나, 제3지대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이 무력화되었다는 점입니다."
- 북한이 러시아 군대를 파병했잖아요. 이것을 중국은 어떻게 보나요?
"제가 최근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을 만났는데,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적대적 교전국을 선언한 북한이 폭풍 군단과 같은 정예 병력을 파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중국 학자들은 오히려 후방지원을 위한 공병부대가 중심이며 이들을 경호하는 일부 전투 병력이 파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북러 사이에 중국과 협의 없이 북한군을 파병하고 무기 지원과 첨단 군사기술을 교류하고 있고, 중국도 내부 상황을 모르고, 사후 통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지점에서 러시아보다는 북한에 화가 나 있는 것 같아요. 또 북한군의 파병은 한미일 군사협력과 연합군사훈련의 명분이 되어서, 한반도 주변에 군사 대치를 강화하고, 중국 주변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서울 주변에서 핵무기 투하 훈련을 하고 있고, 미국의 항모와 첨단 정보 전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의 황해, 즉 수도 주변까지 탐색할 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비우호적 행위에도 중국에서 경고할 수 없는 것이 원인 제공을 미국과 한국이 했다고 보고 있어요. 만약 북미 하노이 회담이 잘 진행되었다면, 현재 북한의 비핵화는 상당히 진전되고, 북한은 친중친미 국가로 변모하고,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가 설치되어 있을 겁니다. 이것을 걷어찬 것이 미국 트럼프입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말로만 평화를 내세우고 실천이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 사람들은 '기만했다'고 평가하는데, 중국에서 이를 변명해줄 수 없습니다. 최근 남북 관계 악화는 북한 잘못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도발이 먼저였다고 중국은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러시아는 무력화시켰는데, 중국은 미국과 연합하여 준수하고 있다고 북한은 보고 있어요. 이 점에서 북한 당국은 중국에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중국은 인식하고 있어요."
- 지금 북중 관계는 어떤가요?
"2023년 국경 개방 이후, 북한은 중국에 무리한 수준의 무역 범위를 요구하며 노동자의 재파견 요구했지만, 중국은 신규노동자 파견에 대해 입장 표명하지 않고 중국에서의 신규 인력에 대한 노동 허가를 하지 않고 있어요. 현재도 중국 내 북한 노동자가 10만 명 이상이고 주로 북·중 국경에서 노동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2023년 상반기 대비 대략 20% 전후 귀국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기시다 일본 총리는 적극적으로 북일 교섭을 하며, 몽골에서 2차례, 기타 지역에서 2차례 고위급 협상을 했지만, 일본마저도 북한과 진지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어요. 이렇게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진지하지 않았기에, 북한은 외교·안보적 돌파구와 파병에 따른 경제적 고려에 따라서 북러 동맹조약을 체결했다고 중국은 인식하고 있어요. 또한 트럼프와의 협상에 대비하여, 미 대선 국면에서 북러 관계를 촉진시킨 바이든의 무능을 부각시키고, 북한은 파병 문제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어요."
- 중국이 우려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중국이 우려하는 점 중에 하나는 향후 평화 협상입니다. 트럼프의 중재하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진척되고, 푸틴의 중재하에 미국과 북한의 평화 협상이 진척되는 겁니다. 따라서 관련 당사자인 시진핑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이 패싱당할까 우려하고 있고, 협상전략의 하나로 푸틴이나 김정은이 트럼프를 중재하도록 유인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중국 향한 외교적 수사와 정책 실천이 불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