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작가의 두 권의 책<미오기전>(김미옥, 2024, 이유출판),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김미옥, 2024, 파람북)
김규영
그런 만큼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독서법과 글쓰는 방법, 육아법이나 가족상담, 심지어 부동산 재테크까지 묻고 싶지만 꾹 눌러 참는다. 일곱 번째 정담북클럽의 주제인 <문학과 독자>에 집중하여 독자는 어떻게 진화하는지 물었다.
"독자에게는 몰입하지 말라고 하겠어요. 반드시 자기 생각이 필요해요. <테스>(토마스 하디)처럼 되고 싶다는 독자가 있었어요. 곤란한 일이지요. '사랑받고 싶다' 라는 자기 욕망과 혼동하는 겁니다. 책과 독자 사이에는 객관적인 거리가 있어야 해요.
물론 문학을 읽을 때 우리는 몰입해야 해요. 인물이 처한 상황에 몰입하면 인간을 이해하게 됩니다. 린 헌트가 <인권의 발명>(린 헌트, 2022, 교유서가)에서 말했듯이, 문학을 통한 공감은 연대로 이어집니다. 노예 해방이 가능했던 것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해리엇 비처 스토)이라는 문학으로 노예의 삶에 공감한 연대가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출판사,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김미옥 작가도 오만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적 허영에 들려 '나는 당신과 다르다'는 유치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므로 군림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기도 했다. 그렇게 멸시하던 옆 방의 술집 아가씨 애숙이가 끙끙 앓느라 며칠을 굶은 대학생 미옥에게 밥상을 넣어주었다. '밥 한 공기'가 한 사람을 살리고 바꾸는 순간이었다.
<미오기傳>에도 나오는 에피소드지만 작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애숙이를 생각한다. 세상의 마이너들에게 연민을 갖는 김미옥 작가의 태도에 동화된다.
"노년에 이르러 자신의 길을 찾은 영혼의 인간을 만나면 나는 감탄한다. 세상이 준 수많은 상처를, 인간을 이해하는 실마리로 쓰는 이를 보면 콧등이 시큰해진다. 환경과 경험이 존재를 규정함에도 상황을 초월하는 인간은 경이의 대상이다."
-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36쪽
우리는 김미옥 작가처럼 읽고 쓰고 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에 소개된 책 하나하나가 흥미로워 모두 읽고 싶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마음을 흔드는 우리가 읽어내는 것은 작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연민의 마음이다. 이제 우리는 대형 출판사의 화려한 홍보가 없는 소박한 책에도 세심한 눈길을 줄 수 있다. 처음 듣는 작가의 책에도 편견 없이 다가설 수 있다.
책을 펴자.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