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이 생중계 되고 있다.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앙 행정부처로 전환, 저출생 정책을 추진력 있게 끌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추가 조치로 대통령실에 저출생수석비서관실 설치를 주문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 저출생 문제를 맡을 부처 신설은 22대 총선에서 민주당도 내놓은 공약이었다. 9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저출생 문제를 전담하는 부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찬성한다"며 "야당으로서 협조할 일이 있을지, 정부·여당과 함께할 부분이 있는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모처럼 여야가 한뜻을 나타낸 것이다.
여성들은 지속적으로 성차별적인 사회가 비혼‧비출산의 원인이라고 지목해 왔다. 그러면서 마지막 보루로써 여성가족부의 존치, 이를 넘어 강화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을 밝혔다. 거대 야당은 대통령 취임 2년간 고사하다시피 한 여성가족부를 내버려뒀다. 이들이 '저출생기획대응부'로 하나 되는 모습이 남성들의 정치에서 여성의 일이 얼마나 후순위인가를 뼈저리게 각인시킨다.
저출생 원인이 "가정의 가치에 소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저출생 관련 문제의식을 되짚어보자. 그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는 것은 '불필요한 과잉 경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사회 구조개혁을 힘차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가 대책으로 언급한 것은 출산휴가‧육아휴직의 자유로운 사용, 육아기 유연근무 제도화, 어린이집 확충, 출산 가구들의 주거 부담 개선 같은 부분들이다.
이는 비혼‧비출산을 선언하는 여성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큰 낙차가 있다. 전국 900여 여성‧시민단체가 내놓은 공동 성명이 이를 증명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은 10일 내놓은 성명에서 저출생 원인으로 장시간 노동 문화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 성별임금격차,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 일하는 여성과 출산한 여성에 대한 성차별, 가부장적 가족 문화와 이로 인한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 증가로 인한 시간빈곤문제를 들었다.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과잉 경쟁, 무모한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가정의 가치에 소홀해지는 것"은 저출생 문제의 핵심과는 전혀 동떨어진 진단이라는 것이다.
저출생 문제의 원인이 구조적 성차별에 있다는 것은 '구조적 성차별' 존재 자체를 부정해 온 윤 대통령에게 거듭 성립되지 않는 공식이다. 그래서인지, 윤 대통령의 저출생 해법 자체도 지속적으로 성차별적이다. '인구'만 보이고, '인간'은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부를 언급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불도저 같은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경제기획원에 비유했다. "경제 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한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좀 더 공격적이고 강력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전임 여가부 장관에 실효성 있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주문하며 경제학자를 앉혔던 것처럼 그의 저출생 대책에는 '경제'만 있고 '사람'이 없다.
저출생 수석으로 '워킹맘'을 우선해 찾아보라는 주문을 보면, 윤 대통령도 문제 해결의 열쇠가 여성에게 있는 것을 알긴 아는가 싶다. 그러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결국 교수직을 그만뒀던 어머니 최정자 전 이화여대 교수를 언급하며 "나와 내 동생이 어릴 때 많이 아프다보니 결국 어머니가 눈물을 머금고 교수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어머니에게 참 죄송한 생각이 든다"는 토로는 또 번지수가 틀렸다. 그것은 아들이 어머니한테 미안해한다기보다는, 돌봄이 여성에게 국한되는 사회에 대한 분노로 향했어야 했다.
여성 아닌 태아 위한 세상 만들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