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딥페이크 방 리스트
텔레그램 캡처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애들이?"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연령대로는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의 절대다수가 10대와 20대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검거 인원의 75%가 10대, 20대까지 포함하면 약 95%다. 미국의 사이버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에 따르면 지난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피해자 중 99%는 여성이었고, 딥페이크물의 절대다수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임을 인지한다면 정확히는 '1020' 남성이 주 가해자 층이다.
연령과 성별 외 특성은 일련의 딥페이크물에 적힌 내용과 지인능욕방 가담자들의 대화를 통해 얼마간 짐작해 볼 수 있다. 지인능욕방에는 영미권 표현으로는 '인셀'이자 한국어로는 '도태남'으로 표현되는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인셀(Incel)은 '온라인 하위문화에서 연애 또는 성적 파트너를 원하지만 구할 수 없다고 스스로 정의하는 사람들'(책 <인셀 테러> 중)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화방에는 "여자 인스타 해킹해봤는데 '여자는 못 믿는다'를 배웠다", "친구 여친 1명은 '○○'인 걸 알았다"는 식의 얘기가 주를 이뤘다. 그들은 이렇듯 여성들에게 '마녀'의 혐의를 씌워 자신들이 얼마든지 능욕해도 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여기에 각종 혐오 정서가 교차적으로 덧씌워진다. 특히나 흑인이나 동남아, 중국 동포 등 이주민에 대한 혐오 정서가 두드러졌다. 그들은 각종 딥페이크 성착취물에서 '한국 여자는 (한국 남자가 아닌) 외국 남성의 성욕 해소에 기여하며, 시민권을 위해 한국 여성과의 결혼‧출산을 꿈꾸는 '외노자(외국인노동자)'와 만난다'라며 성폭력으로 '참교육' 시켜야 할 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딥페이크물 속 여성들의 신체는 지독한 폭력에 의해 낱낱이 파손되고 해체됐다. (이를 어떤 언어로도, 정확하게 묘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영국의 페미니스트인 로라 베이츠가 남초 커뮤니티에 1년간 잠입해 쓴 책 <인셀 테러>의 결론과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인셀의 경우 섹스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그것을 '거부당한' 데 대한 분노에 집중한다."(35쪽) 한국의 딥페이크방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딥페이크방의 속성을 한 줄 요약하면 '나와는 섹스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섹스하는 여성에 대한 분노의 투영'이다. 다만 이전 세대 남성들과 다른 것은 여성을 '주적'으로 설정해 철저한 테러 공작을 감행한다는 데 있다. 여성을 물화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데, '가질 수 없다면 파괴한다'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였다.
다수의 가해자가 다수의 피해자를 성착취하는 세계
딥페이크 성범죄의 주 가해자 층인 '1020' 세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나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생활해 온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방식은 더욱 적극적이며 광범위하다. 백 대표는 "N번방 때는 소수의 피해자를 다수가 직접 착취하던 양상에서, 지금은 다수의 가해자가 다수의 피해자를 부지불식간에 착취한다"고 전했다.
"서로 인증을 해야만 방에 남아 있을 수 있고, 상위 방으로 갈 수 있는 조건 중에 하나가 지속적으로 업로드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서로를 아주 적극적인 공범으로 만들어요."
백 대표는 이를 두고 "성 착취물에 대한 시청, 유포, 다운로드만 하던 상황에서 모두가 직접 1차 가해자가 돼야 하는 방식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간 문화를 재생산하는 남자들의 방은 온라인 공간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룸살롱, 단톡방, 벗방, N번방 등 한국 남성이 '남자'가 되는 공간으로서의 방을 들여다 본 저작 <남자들의 방>은 "남자는 여자라는 타자를 만들고, 이 타자에게 우위를 점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라고 썼다. 책은 "수많은 '남자들의 방'은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며 서로의 남성성을 확인, 승인, 관리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라며 "남자들의 방에 여성혐오는 필수적이다"라고 적었다.
'남자들의 방'에서 여자를 능욕하는 것은 일종의 '놀이'였다. 지인능욕방은 딥페이크물 뿐만 아니라 불법 촬영물, 아이돌방, 야동방 등 성착취물의 형태별로 분류를 해놓고 있었다. '친구가 당해서 가해자를 찾고 있다'는 말에 '친구 보고 자위 영상 찍어서 보내면 들여 보내 준다고 전해줘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이게 ㄹㅇ 능욕'이라며 조롱했다. '능욕'에 따른 피해자 측 반응은 그들의 희열을 돋우는 촉매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