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6 15:50최종 업데이트 24.07.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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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인류는 지난 140년간 내연기관을 통해 환경에 남긴 오염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은 급변기 중심에 들어와 있다. 2017년 전기자동차 등록대수는 1만 대 미만이었으나 2023년 말 현재 54만 대를 넘겨 전체 자동차의 약 2.1%를 차지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자동차 정비업을 바라보는 대비된 시각이 서로 마주한다. 자동차 정비업의 쇠락을 염려하는 언론보도가 있는 반면 "전기차가 많아지면 전기차 정비업이 부흥할 것"이라며 "전기자동차는 수리할 정비업체가 없어서 큰일"이라는 보도도 접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를 수리할 수 있는 자동차 정비업체가 없다"는 기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2023년 말 현재 전기차 정비 가능업체 수는 2939개다. 전체 자동차 정비업체 3만 5942개 중 약 8.2%다. 단순 비교해도 전기차 등록 비율(2.1%)보다 전기차 수리 가능업체 비율이 4배 가까이 높다. 통계로만 보면 전기차를 수리할 정비업체가 부족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워낙 적은 시장점유율과 분포로 특정지역 소비자들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은 초기 시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과도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 수, 정비항목 수, 정비시간을 비교해 보면 전기차는 자동차 정비업계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자동차 전문정비 사업조합연합회가 발표한 '자동차 표준정비 시간표'를 분석한 결과 전기자동차에서는 다빈도 작업항목 125개 중 약 65개가 사라지고 60개만 남아 약 52%가 줄어든다. 여기에 각 항목별 작업시간을 계산하면 작업시간이 약 65% 줄어든다.

계산 결과를 단순 대입하면 정비업소 가동률이 65% 줄어든다고 예측할 수 있다. 줄어드는 항목의 대부분이 다빈도 작업항목이기 때문에 작업 횟수까지 감안한다면 70% 이상 정비작업이 줄어들고 매출 감소액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자동차 정비업계에서 전기자동차를 호환·마마나 코로나와 같이 결코 가까이할 수 없으며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하는 이유다.

전기자동차 정비업에 미련을 둬야 하나
 

2023년 9월 25일 경기 용인시 블루핸즈 동탄현대서비스에서 자동차 정비사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혹여라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전기자동차 수리라는 새로운 시장이 있을까 싶지만 단호하게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실제 전기차 운행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자동변속기, 차동기 등 모듈 형태의 부품은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수리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소비자의 편의성, 수리 비용에 대한 문제로 전문수리점이 분해·수리하고 정비업소에서는 탈부착만 하는 형태로 구조화되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가격대의 부품도 이렇게 자동차 정비업체의 영역 밖으로 전환되어 운영되는 것이 자동차 정비업계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의 정비업체가 수천만 원 하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를 분해·수리하는 형태로 정착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자동차 제작사에서도 정비공장에 고전압 배터리를 분해·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입케 하여 현장에서 수리를 시도했으나 여러 문제들로 인해 실패했다. 전기차 핵심 배터리 품질 유지를 위해 제조공장의 품질과 동일한 수준으로 시설과 장비를 정비업체에서 갖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자동차 정비업체가 줄폐업을 하고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게 시장점유율 2.1%의 전기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가? 분명 전기차가 원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질문에 문제가 있다. 우선 자동차 정비업체는 줄폐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 정비업을 자동차 종합정비업, 소형자동차 종합정비업, 자동차 전문정비업, 원동기 전문정비업 등 4개의 업종으로 분류한다. 이 중 우리가 카센터라고 부르는 자동차 전문정비업은 자동차 내수시장 성장과 함께 80~ 90년대를 지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완만한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자동차 정비업체 수 추이 ⓒ 국토교통부

 
자동차 고장수리 분야는 자동차의 부품의 정밀 설계, 철강 재료의 품질, 금속가공 기술, 도로 운행 환경, 차량 관리 역량 등이 개선되면서 2000년대 초 정점을 지나 쇠퇴의 길로 향했다. 이때 카센터에는 2가지 호재가 있어 수리가 아닌 관리 영역에서 자동차 정비업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디젤차량의 대기배출가스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관리 요소의 증가가 그것이다. 현재 이 2가지가 자동차 정비업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전문정비업의 주요 매출 항목이었던 엔진오일, 배터리, 타이어 교환은 자동차 정비업 제외 항목이어서 자동차 정비업을 등록하지 않고도 누구나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렇다 할 만한 규모를 가진 사업자가 없어 전문정비업계에는 큰 고민거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스마트폰과 자동차관리 사업모델을 장착한 온라인 플랫폼은 이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전문정비업에서 사라지게 하는 생태교란종이 됐다.

흔히 공업사라고 부르는 자동차 종합정비업체는 최근까지 20년 이상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자동차 등록대수의 증가와 자동차보험 가입자 수 증가, 자동차사고의 증가가 상관관계가 있다. 2000년대 이후 자동차사고 수리는 자동차보험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사고자동차를 수리하는 대부분의 자동차 종합정비업체는 자동차보험사의 플랫폼에 종속되는 구조로 재편됐다.

전기차 정비, 기계보다 전기전자 직무에 유리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 셔터스톡

 
기존 자동차 정비사의 직무를 기계쪽과 전기전자쪽으로 크게 구분한다면 전기전자쪽 직무에 특화된 정비사의 경우 자동차 전동화에 따른 정비시장의 변화에 조금 더 오래 생명 연장의 꿈을 지켜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기계쪽 직무에 특화된 정비사의 경우는 내연기관차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기계 직무에 숙련된 자동차 정비사들을 대상으로 전기전자 직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훈련이 필요할까? 혹은 가능한가? 자동차 정비시장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전기전자화가 시작됐다. 여기에 특화된 자동차 정비사들은 현장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러한 현장의 준비와는 별개로 자동차 정비시장은 원격진단 정비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미 자동차 전자제어 시스템 정비를 할 때 본사 하이테크센터에서 원격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전자 제어시스템에 특화된 정비사들도 위기감을 갖는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자동차 시트커버, 플로어 매트, 카오디오, 도난방지기, 네비게이션, 블랙박스 등 다양한 장착용품과 기타용품의 시장이 있었다. 에어백, ABS시스템은 자동차 제작사보다 애프터마켓에 먼저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어느 날 자동차 제작사가 신차에 옵션으로 적용하면 애프터마켓은 이슬처럼 사라진다. 자동차 정비업 또한 이런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러 연구와 조사 등을 통해 전기자동차의 확산은 내연기관 자동차 정비업계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결론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런 분석 결과를 가지고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연착륙을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관리를 할 것인가, 지원을 할 것인가? 관리법이 아닌 지원법을 통한 업종전환, 직무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자동차 정비는 꼬리일 뿐 몸통이 될 수 없다
 

정비업체의 40~60%, 심지어 80%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 셔터스톡

 
이제는 정비시장의 총량이 줄어드는 쓰나미를 목전에 두고 있다. 폐점과 실직의 위험에 당면해 있다. 여러 보고서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정비업체의 40~60%, 심지어 80%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런 사태는 최대한 지연시켜야 하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당사자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급변하는 자동차 정비 생태계에 순응하며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업체와 종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 시대에는 고전압 배터리 제조·유통, 폐배터리 회수·재사용·재활용·폐기 등의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다. 또한 전기자동차의 충전 관련 생태계도 거듭날 것이다. 충전 인프라 구축, 유지보수 관리 등 자동차 연관 시장의 확장도 이어질 것이다. 자동차 정비 종사자는 이런 산업에 적합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카센터에서 출장 나가 엔진오일을 교환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업을 등록하지 않은 렌터카 회사가 출장 가서 장기렌탈 중인 렌터카의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것은 합법이다. 기존 자동차 정비업은 과거 법의 규제를 받고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사업은 규제를 받지 않는 제도의 허점들이 곳곳에 있다. 꼭 필요한 규제만 네거티브한 방법으로 남기고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나아가 이동 발전소(배터리) 수천만 개가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전국을 누비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세상을 앞두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뉴욕 거리에 나뒹구는 말먹이와 똥, 소변은 공해이며 말이 없는 가솔린 자동차는 친환경이라 광고하는 혼란의 시대를 100여 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맞이하고 있다.

오래전 일요일 아침 방송에 나오던 순돌이 아빠가 지금은 다 사라졌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삼성전자서비스 유니폼을 입고 우리 집 LED TV를 설치하러 왔다. 순돌이 아빠는 가게 문을 닫고 온라인 플랫폼에 종속된 떠돌이 기술자가 되었다. 어쩌면 전기자동차가 일상이 되는 날이 오게 되면 자동차 정비사 역시 순돌이 아빠처럼 되어있지 않을까?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낙오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정의로운 전환'을 준비해야 할 때다. 
 

고안수 / 자동차정비 기능장(공학박사) ⓒ 고안수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고안수 공학박사는 자동차 정비업체를 직접 경영했고, 자동차 정비기능장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대기업 자동차 정비 프랜차이즈사업부에서 HRD 업무를 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지금은 사단법인 수리·용역수탁사업자협의회 정책위원을 맡고 있으며,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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