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돌봄 서비스 확대와 관대한 육아휴직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출생률은 계속 떨어졌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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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으로 '공식적으로' 전 지구적 돌봄사슬 편입을 선언했다. '공식적으로'라는 토를 다는 이유는 이미 중국 동포가 가정과 시설에서 비공식 돌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안전이나 건강, 노동권, 인력 수급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한 적도 없고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보편적 보육서비스나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한 공식화된 돌봄 일자리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문제제기와 개선이 이뤄졌지만, 비공식 돌봄 일자리는 '가사 사용인' 영역으로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에서 제외되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비인격적 대우가 만연한 비공식 돌봄 일자리를 이주 노동자가 채워왔다.
이주 노동자가 그러한 근로조건을 감내하니 일자리 질은 더욱 나빠지고 국내 인력이 외면하자 인력 공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 여기에 유학생과 외국인 배우자가 '가사 사용인' 지위를 가지고 비공식 돌봄을 제공하게 된다면, 국내 인력의 돌봄 시장 참여 의지는 더욱 꺾일 것이다.
돌봄 업종 등에서 외국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거시경제적으로 출생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돌봄 서비스 확대와 관대한 육아휴직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출생률은 계속 떨어졌다. 청년들이 아이를 낳으려면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된 소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부모급여나 기본소득처럼 일자리가 없어도 아이를 키울 충분한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면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줘야 한다.
그런데 당분간 경제 성장 전망은 밝지 않다. 내수 부진이 지속하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노동력 부족 때문에 외국 인력을 확대했는데 그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해외로 유출한다면 국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할 것이다.
필리핀은 송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달한다고 한다. 중하위 소득 국가 중에서도 송금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은 국가다. 우리나라에 입국한 한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득의 3분의 1을 송금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외국 인력을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돌봄 일자리의 형태와 질을 개선하여 국내 인력이 돌봄 일자리에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국내 인력을 중심으로 한 돌봄 일자리는 내수를 진작하여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가져올 기간산업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문제는 비단 여성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이슈나 저출산 대책 차원에 국한하지 않는다. 우리의 사회경제적 체질을 돌봄을 중심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