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리 홈리스를 퇴거시키거나 행동을 통제하는 행위는 청량리역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홈리스행동의 '홈리스 인권(형벌화) 실태조사'(2024년 6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공공장소에서 퇴거를 요구받은 홈리스의 비율은 34.6%이다. 이들 중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는 75.0%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거리 홈리스는 머물 수 있는 장소가 공공장소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그들에 대한 퇴거 조치는 더욱 심각하다.
쫓아내는 사람은 누구인가? 퇴거 행위의 주체가 과거에는 공공기관인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엔 민간에 의한 경우가 늘고 있다. 누구로부터 쫓겨났냐는 질문에 2011년에는 경찰, 혹은 철도경찰로부터 쫓겨났다는 응답이 54.6%, 민간 경비원은 27.2%였으나, 2024년에는 경찰과 철도경찰은 7.4%인 반면 민간 경비원의 비중이 77.8%로 높아졌다.
홈리스행동은 이러한 변화가 점증해 온 지하보도 사유화의 결과라고 해석한다. 공공공간이었던 지하보도가 상업화되거나, 소유는 공공이 하더라도 민간기업의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경비원과 홈리스의 충돌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2011년 유엔 '극빈과 인권에 관한 특별위원회'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빈곤의 형벌화 조치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형벌화 조치'란 빈민을 처벌하고 분리·통제하며 빈민의 자율성을 해치는 정책과 법·규제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각국에서 일어나는 빈곤의 형벌화 조치를 ▲ 빈민이 공적 공간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을 제한하는 법과 규제, 관행 ▲ 공적 공간의 고급화와 민영화와 관련된 도시 계획 규제와 조치 ▲ 빈민의 자유와 안전을 위협하는 구금과 투옥을 과도하고 자의적으로 이용하는 것 ▲ 공적서비스와 사회복지 급부에 접근하는 자격 조건을 강화해 빈민의 자율성, 프라이버시 및 가족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것 등으로 분석했다.
주목할 것은 이 중 세 가지 유형에 걸쳐 '공간'을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점이다. 공적 공간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과도하게 금지하는 것, 도시의 고급화로 빈민들이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것, 과도한 투옥으로 빈민을 더 많이 구금하고 생활 세계로부터 '분리'하는 조치가 빈곤을 형벌화한다.
도시가 고급스럽게 변화할 때마다 빈민의 자리가 도처에서 사라지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 더 이상 문제로조차 보이지 않는다. 특히 급격한 도시 발달을 겪으며 얼기설기 지어진 판잣집을 모조리 철거하고 도시를 세웠듯, 20년 된 아파트든 3년 된 빌라든 모두 없애고 새로운 신축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것이 익숙한 도시 문법 속에서 산 이들에게 '개발'은 언제나 누군가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는 일상이었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서 일각에서는 도시의 안전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도 자라나고 있다. 지난해 여러 건의 묻지마 폭행이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치안 활동 강화를 표명했다. 그 이후 거리 홈리스와 도시 빈민을 대상으로 한 불심검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상 홈리스는 강력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쪽이다. 지난해 발생한 서울역 여성 홈리스 살인사건이나 6월의 남대문 앞 홈리스 살인사건, 명의도용과 요양병원 유인 입원, 강제노역, 그리고 보도조차 되지 않은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목록은 무척 길다.
이런 상황에서 치안 활동을 명분으로 한 불심검문 강화나 광장 음주 금지는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빈곤으로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공적인 공간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벽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행위 자체를 범죄시할 때 가난한 이들은 끊임없이 예비 범죄자로 지목당하거나 빈곤으로 인해 프로파일링 될 위기에 처한다. 빈곤과 불평등의 골은 그렇게 악순환을 그리며 깊어진다.
누구도 고립되지 않는 도시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