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2>에 등장한 ‘정의부장TV’ 박승환의 모습(신승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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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이라도 받는 건 그나마 나은 경우라 할 수 있다. 상당수의 가해자들이 익명에 숨어 법의 심판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등장한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탈덕수용소는 인기 아이돌 그룹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렸다. 특히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은 핵심 표적이라 일컬어질 만큼 주된 공격 대상이었다.
2022년 11월 장원영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탈덕수용소의 행위를 사이버 테러로 규정하고, 운영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운영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어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소속사의 정보 요청에 대해 구글코리아는 "(채널 운영자의 신상 등) 주요 정보는 미국 본사에서 관리한다"라며 사실상 협조를 거부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익명 유튜브 채널은 한동안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실상 치외법권으로 운영되어 왔다. 2021~2023년 사이 유튜브 채널이나 커뮤니티 게시물에서는 "유튜브는 고소 안 된다", "유튜브는 개인정보 제공 안 해준다" 등의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인식은 사이버 레커와 그 추종자들이 날뛸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023년 7월 탈덕수용소 운영자의 신원이 특정된다. 운영자는 미국 법원이 정보공개 명령을 통지한 그날 채널을 삭제했다. 이 소식은 사이버 레커들뿐만 아니라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는 여러 해외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채널을 삭제하는 사이버 레커가 속출했고, 한동안 유튜브에서 악성 댓글이 줄어드는 모습도 나타났다.
스타쉽 측이 탈덕수용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디스커버리, 즉 증거개시제도를 통해서였다. 디스커버리란 영미법계 민사소송에서 공판이 이루어지기 전 당사자와 관련자들이 소송과 관련한 증거와 자료를 서로 공개하는 절차다. 스타쉽은 구글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정보제공명령을 신청했고, 이것이 인용되며 비로소 탈덕수용소의 신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점은 한국인 간 법적 절차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외국 사법 제도를 통해 확보했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인 유튜브에서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국 지사가 존재함에도 피해자 측이 큰 비용을 들여 미국을 찾아야만 했다는 사실은 글로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내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다.
가장 큰 장애물은 높은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