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무원 노후 소득 해소와 정년 연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 고령화를 겪는 서구 국가들은 연금 개혁과 함께 연금 개시 연령에 부합하도록 퇴직 연령을 늦추는 방식을 선택했다. 2020년 기준 OECD 평균 정년은 64.1세이고, 유럽연합(EU) 27개국의 평균은 64.5세이다. 네덜란드(67세), 독일(66세), 프랑스(62세)의 경우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은 일치한다.
일본은 계속 고용 의무로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데, 3가지 중 하나를 기업이 선택하도록 해 도입률이 99.9%에 이른다. 69.2%는 촉탁직 등 비정규직 신규 채용 형식으로 재고용하는 방식, 26.9%는 정년 연장 방식, 3.9%는 정년 폐지 방식을 택했다. 의무화, 희망자 누구나, 중도 해고 금지 등 재고용 방식의 보완책을 추가했음에도 재고용 시 임금이 큰 폭으로 하락해 여전히 노후 소득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우리 정부나 사용자단체가 선호하는 일본 방식을 따른다면 보완책이 필수지만 관료제 사회인 일본만큼 효과를 가질지도 의문이다. 굳이 법이 아니라 행정조치로 기업에 선택권을 부여하고 또 보완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우회로를 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미 희망자 중 선별해 하청업체나 자회사에 고용하거나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은 30% 정도의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다. 노후 소득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을 논하면서 질 낮은 고용을 확대하고 보편적 기준처럼 작동하게 할 방법을 선택하는 건 하책 중 하책이다.
정년 연장의 해결 과제 3가지
법적 정년 연장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 해결책까지 담아서 정년 연장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법적 정년 연장으로 인해 노동시장 불평등(이중구조)이 악화할 수 있다. 정년 연장이 자칫 노동시장에서 고용이 안정되고 고임금인 일부에게만 적용되면 노동시장의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년 연장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제도와 정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법률안처럼 다른 제도와 반대로 사업장 규모가 작은 곳부터 먼저 도입하고 대기업은 나중에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기존 인원을 계속 고용하고자 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예정된 시기보다 조기 도입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과 정년 연장 후 다른 고용을 위축시키지 않고 고령자 고용을 더 많이 늘리거나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촉진책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노동시장 불평등을 줄이면서 정년 연장을 안착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 설계는 법적 정년 연장으로 이뤄져야 그 규율 효과가 발휘된다.
둘째, 법적 정년 연장으로 인한 청년 일자리 축소 문제이다. 서구의 대부분 연구 결과는 숙련과 경험의 차이로 직무 성격이 차이가 나므로 청년 고용을 위축시키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국내 연구에서도 보완관계라는 연구 결과가 더 많다.
그러나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이 대체 관계가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의 연구가 최근 두드러지게 주목받고 있다. 노동시장 직무 현황을 분석해 보면 고령층이 가는 일자리와 청년들이 가는 일자리가 다르며, 선호하는 직종과 업무도 차이가 있다. 동질의 일자리가 아닌데 양적으로만 관계를 측정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선호하는 일자리에서 상충할 가능성은 있다. 고령층과 청년층의 고용을 동시에 늘리면서 고령층의 숙련과 경험을 활용하여 청년층의 직장 적응과 숙련 향상을 돕는 직무 공유(잡쉐어링과 잡스플리팅), 고령층의 업무 재배치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작업 공유(워크쉐어링) 등 두 연령층을 포괄하며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고령 인력 활용을 조화시키는 해결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공공부문에서는 총인건비 관리정책과 경영평가제를 개편하여 정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를 감점 요소에서 빼야 한다. 오히려 중·고령층 고용보장과 동시에 신규 채용을 활성화하는 고용 행태를 가점 요소로 바꿔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세대 간 협력을 촉진하는 방안 마련에 기업과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면 청년 일자리 축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