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 24일 애리조나주 템피의 멀렛 아레나에서 열린 캠페인 집회에서 춤을 추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특히 두 가지 행보가 기후변화 대응에 치명적이었다.
첫째, 그는 환경 보호를 위해 설립된 연방기관인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스콧 프루잇(Scott Pruitt)을 임명했는데, 프루잇은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 시절 환경보호청을 14차례나 고소하며 환경 규제 완화를 강력히 주장했던 인물이다. 프루잇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화석연료 산업으로부터 수억 원의 정치 자금을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장 임기 동안 그는 여러 환경 규제를 완화해 화석연료 산업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또 다른 중요한 행보는 파리협정 탈퇴였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가장 포괄적이고 중요한 국제 협력으로 평가받았으며, 195개국이 참여한 글로벌 합의였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입하기 전까지, 미국은 이 협정에서 유일하게 탈퇴한 국가였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의 탈퇴는 협정의 상징성과 동력에 큰 타격을 주었다.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파리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했으며, 그렇게 된다면 협정의 지속 가능성은 불투명해질 수 있다. 트럼프 재선에 대비해 보수 진영에서 작성한 정책 제언서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2기에서는 기후 관련 규제를 대폭 철회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온실가스 배출 규제 등 여러 환경 보호 조처를 되돌릴 계획을 제시한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파리협정에 재가입했고, 이후 기후변화 관련 법안 통과에 우선순위를 뒀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이 법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예산을 투입하여 온실가스 배출 감소, 재생 에너지 촉진, 청정 에너지 기술 전환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실질적 정책 외에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특히 환경 정의를 강조했다. 환경 정의는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인해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커뮤니티가 불균형적으로 더 큰 피해를 받는 현실을 인식하고, 이러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이 내놓은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는 정부의 친환경 및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 투자로 인한 혜택의 40%를 소외된 커뮤니티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그녀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환경 정의와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인 조치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상원의원 시절 해리스는 민주당의 진보적인 기후변화 대응 계획인 그린뉴딜 결의안의 공동 발의자였다. 이 결의안은 민주당 내에서도 비교적 급진적인 법안으로 인식되었다.
해리스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국제적으로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 등 우방국들의 협력을 적극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포기했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크게 대조될 것이다.
올해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인해, 대내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시험이자 국제적으로 미국의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실존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