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연 '구글 포 코리아 2023' 행사에서 윌슨 화이트 공공 정책 총괄 부사장이 글로벌 중심에 선 K-앱, K-게임이라는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립적 관점, 생태에 미치는 영향 양면성 인정
빅테크 분야의 엔지니어나 경영자들과 달리 환경정책 분야나 학계의 경우 기술낙관주의에서 한발 물러서 다소 중립적인 위치에서 인공지능이 기후와 생태에 미치는 영향의 양면성을 인정한다. 이들은 기후에 미치는 순기능을 살리고 위험성을 줄인다면 인공지능이 전체적으로는 기후대응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낙관성을 유지한다.
예를 들어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AI가 엄청난 전기를 쓰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새로운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다른 면에서는 AI가 기후 에너지 솔루션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양면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해법으로 'Green of AI', 즉 AI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화·청정화하는 한편 'Green by AI', 즉 AI를 통한 녹색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총량적으로 인공지능 폭증에 따른 에너지와 물질 사용 총량 증가를 제어할 수 있는지는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
비슷하게 유럽정책센터(The European Policy Centre)의 2020년 보고서는 유럽이 "디지털화를 통해 환경 보호와 기후 행동을 강화하고 동시에 디지털 부문의 친환경성을 강화"하자고 제안한다. 인공지능이 기후에 미치는 부정적인 측면을 규제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접근법은 그 자체로는 꽤 매력적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에서 직면할 난관들은 전혀 간단치 않다.
석탄에 적용된 '제본스 역설' 피할 수 있나?
한편 적지 않은 환경 활동가와 생태경제학자들은 인공지능 폭발이 기후와 생태에 점점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심각하게 경고한다.
일차적으로 그 위험은 에너지의 과다 사용에서 온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에너지와 컴퓨터 자원수요를 급증시킨다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례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알렉스 드 브리스(Alex de Vries)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의 구글 검색기능을 완전히 인공지능 방식으로 구현하면 전력 수요가 10배 이상 증가한다.
물론 선진국과 중국 등 주요 경제권에서는 오늘날 데이터센터 비중을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2~4% 내외 정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AI 반도체 칩 에너지 효율성도 약 2년 반에서 3년마다 두 배로 빠르게 향상되기 때문에 충격이 의외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글로벌 산술평균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과 국가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예상을 넘어 급증하면서 기존의 석탄과 가스 발전을 수명 연장하거나 심지어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가 몰려있는 미국 5개 주에서는 전체 전력공급의 10% 이상을 데이터센터에 투입하고 있으며, 유럽의 개방 국가 아일랜드에서는 현재 전체 전력 소비의 2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잡아먹고 있어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폭발로 인해 이처럼 에너지 부담이 늘어나는 측면과, 앞서 언급한 대로 인공지능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합산하면 순효과가 어떻게 나타날까?
독일 생태경제학자 스테펀 랑게(Steffen Lange)와 요한나 폴(Johanna Pohl) 등은 한편에서 디지털 기술을 신규 도입하여 이용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경제 전체가 성장하면서 간접적으로 에너지 수요도 증가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신규 도입이 에너지 이용을 최적화하여 사용량을 감소시키고, 아울러 새로 커지는 디지털산업이 기존 탄소집약적 산업을 대체하면서 전체 에너지 수요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서로 상반되는 두 경향이 합쳐졌을 때 "두 가지 증가 효과가 다른 두 가지 감소 효과보다 우세하여 전반적으로 디지털화가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최종 결론지었다.
비록 생성형 인공지능 등장 이전인 2020년 연구지만 효율 개선이 오히려 가격을 떨어뜨리고 수요를 팽창시켜 자원이나 에너지 사용량 감소 효과보다 총사용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우세해진다는 '제본스 역설(Jevons Paradox)'은 디지털과 인공지능 분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생태적 유해성을 경고하는 이들은 바로 이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