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원/달러 환율이 1420원까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수출 의존도가 40%를 상회하는 전형적인 개방형 경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최대 교역국 간의 갈등 심화는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충격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그 위험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전자, 자동차, 철강 산업에 대한 추가 관세로 인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리쇼어링(기업회귀) 정책 강화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은 더욱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외부 충격에 대응할 한국 경제의 체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선 가계부채, 1000조 원을 상회하는 자영업자 부채, 전체 기업의 17% 이상이 3년 연속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는 현실이 이를 입증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부채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증가하며 악순환이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0.1% 증가에 그쳤다.
구조적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0년 72.1%에서 2030년 65.7%로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며,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5배를 웃돌고 있다. 23만 명 넘는 청년층이 이미 구직활동을 포기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 역시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주택담보대출 문제와 맞물려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경제 규모 대비 부동산 버블 규모 자체는 1980년대 후반 일본에 비해 낮지만, 가계부채 규모가 1990년대 초반의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가계부문의 취약성은 일본과는 또 다른 형태의 장기 불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우려된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400원대를 넘어섰으며, 10% 이상의 추가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동시에 원자재 수입 비용을 증가시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라는 추가적인 부담도 예상된다. 이는 이미 취약해진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민생정치 회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