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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셀 폭발사고 현장.
 아리셀 폭발사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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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23일 고용노동부와 경기남부경찰청이 각각 발표했다.

비상구는 정규직 아니면 열 수 없는 보안장치가 설치돼 있었고, 사고 당시 일하던 파견 노동자들은 비상구 위치 조차 몰랐다. 사고 시 대피요령 등 안전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고, 전지 납기를 맞추기 위한 불법적이고 무리한 생산을 강행했다. 여기에 '시료 바꿔치기'를 통해 불량을 숨긴 채 방위산업부에 34억 원 상당의 전지를 납품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사고 2개월만인 23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수사 발표와 함께 아리셀 박순관 대표의 아들 박중언(아리셀 본부장·안전관리 책임자)과 안전관리 담당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같은날 고용노동부 경기지청도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 불법 파견업체 메이셀 대표 등 3명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룰'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7일 화성시청 앞 대규모 집회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 영정을 품고 있다.
 지난 17일 화성시청 앞 대규모 집회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 영정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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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한 전지와 같은 공정 전지... 2층으로 옮긴 뒤 1시간만에 '폭발'

경찰이 2개월의 수사를 통해 밝힌 내용은 안전과 관련한 총체적인 부실과 군납 과정에서 시료 바꿔치기 사실,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제조 공정 등이다.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 화성시 소재 리퓸전지 제조업체 (주)아리셀 사업장 3동 2층에서 리튬전지 폭발로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의 배경은 납품일자에 쫒긴 아리셀이 무리하게 제조공정을 돌리면서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리셀은 지난 1월 방위사업청과 34억 원 상당의 리튬전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2월까지는 정상적으로 납품했지만 4월 납품분에 대한 국방기술품질원의 검사 결과 '규격 미달' 판정을 받으며 납품에 차질이 생겼다. 재생산에 들어갔지만 이어지는 납품일자를 맞추려면 생산량을 늘려야 했다.

1일 5000개 생산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5월 이후 파견업체 메이셀로부터 53명의 비숙련 노동자를 추가로 공급받아 주요 제조 공정까지 투입했다. 결과는 불량률 급증으로 돌아왔다. 3~4월 평균 2.2%였던 불량률이 6월에는 6.5%까지 치솟았다.

아리셀은 불량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재용접과 망치로 두들겨 끼우는 등 임시 조치 후 판매했다. 6월 8일부터는 아예 발열전지 선별 작업을 중단했다. 사고 이틀 전(6월 22일)에도 전해액 주입이 완료된 발열전지 1개가 폭발하는 화재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적절한 조치없이 생산라인을 그대로 가동했다.

6월 22일 폭발한 발열전지와 같은 시점에 전해액을 주입했던 전지가 아무 조치없이 사고 당일인 24일 오전 9시 19분께 사고 장소인 3동 2층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1시간 뒤 건물전체를 집어삼킨 폭발이 일어났다.

아리셀은 군 납품과정에서 국방기술품질원 검사를 방해하는 조직적 범행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지난 4월 17일 품질원 검사자가 미리 선정해 봉인한 샘플 시료전지를 아리셀 직원들이 바꿔치기하는 CCTV 영상과 전자자료를 확보했다. 혹시 나올 불량 및 규격 미달을 대비해 '수검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해 시료전지와 바꾼 것.

수검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것은 아리셀이 처음 군납을 시작한 2021년 최초 수검 때부터다. 용량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시료를 바꾸는 것은 물론 조작된 데이터를 활용해 검사를 통과했다. 이 모든 건 박중언 본부장의 지시였던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지난달 11일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정작 유가족들에게는 진정성있는 사과는 커녕 협상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김앤장 법무법인에 사태해결을 맡기고 나타나지 않고 있는 박순관 대표는 아들 박중언 본부장과 함께 23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사진=오마이뉴스 제공.
 지난달 11일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정작 유가족들에게는 진정성있는 사과는 커녕 협상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김앤장 법무법인에 사태해결을 맡기고 나타나지 않고 있는 박순관 대표는 아들 박중언 본부장과 함께 23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사진=오마이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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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열 수 없는 '비상구', 가려고 해도 지나갈 수 없는 '대피로'

아리셀은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으로 관계 법령에 정한 비상구를 설치해야 하고, 노동자를 대상으로 안정·소방교육을 필히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 수사결과, 총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 비상구에 도달할 수 있는데 문 가운데 일부는 피난 방향이 아닌 발화부 방향으로 열리게 설치돼 있었고, 항상 열 수 있어야 하지만 보안장치까지 설치돼 정규직이 아니면 열 수 없는 구조였다. 또한 대피로에는 전지트레이 등이 적치돼 있어 비상구로 가는 길도 여의치 않았다.

불법 파견업체 메이셀을 통해 파견 노동자가 최대 62명까지 늘었지만 대부분 노동자가 채용과 작업 내용이 바뀔 때마다 받았어야 할 사고발생시 긴급조치와 대피요령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2급 소방안전관리대상인데도 피난계획 등이 포함된 소방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소방훈련도 실시하지 않았다.

나머지 공장동에서도 65건 위반사항 적발, 사법 조치

한편 강운경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은 23일 "중대산업재해와 관련,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다수의 인명 피해를 야기한 안전조치 의무 위반 혐의가 있다"며 "사고 전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한 혐의도 있다"고 발표했다.

강 지청장 또 "불법 파견과 관련해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자로부터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저공받고, 제공한 혐의가 있다"고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밖에도 노동부는 파견법을조사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321명에 대한 임금체불 등 노동법 위반사항을 적발했고, 사고 이외의 공장동에 대해서도 산업안전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해 법 위반사항 65건을 적발 사법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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