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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끝나면, 본격적인 휴가철도 앞당겨질 것이다. 그러나 막상 휴가여행은 떠나기 전의 설레임만큼 즐겁고 재미있는 기억만은 아니다.
좋다는 여행지는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고, 그나마 적은 돈으로는 여유와 낭만을 즐기거나 에너지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여행 중 누구 하나 몸이라도 아프면, 1년만에 기대했던 휴가는 안 가느니만 못하는 악몽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 탈 없이 여행을 마친다면, 비록 금쪽같은 시간을 오가는 길에 다 쏟아붓고 빈주머니로 돌아올지라도 절반은 성공한 휴가인지도 모른다.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건강문제 가운데 제일 억울한 것은, 아직 떠나는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찾아오는 멀미다. 멀미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예 떠나는 설레임 보다 멀미로 고생했던 지긋지긋한 기억에 두려움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멀미를 자주하는 사람을 완벽하게 미리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다만 신문이나 책을 본다든지 뜨개질을 한다든지 하는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을 피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하거나 먼 곳을 바라보는 등 흔들림에 대한 감각을 둔화 시키면 멀미를 덜 할 수 있다.
몸을 꽉 죄는 옷이나 벨트를 느슨하게 하고 신선한 공기를 자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멀미에 대한 공포를 덜 가지는 것도 멀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비닐봉지, 휴지 등 멀미에 대한 든든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올 테면 와라 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멀미약을 사용하는 것은 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최소한 여행 시작 30분에서 한 시간 전에 사용해야 한다. 귀 뒤에 붙이는 스코폴라민 성분의 팻취는 6시간 정도 전에 붙여야 적절한 효과를 볼 수가 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운전자의 건강이다. 운전자의 건강과 기분은 계획했던 여행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데서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다른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꼭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장시간 운전에 지쳐 막상 휴가지에서는 잠만 자야 한다든지, 허리나 무릎에 무리가 가거나 해서 가족들의 발을 묶어 놓게 될 수도 있다.
쉬엄쉬엄 운전하고, 가능하면 딱딱한 방석을 사용하는 것이 허리에 부담이 덜 간다. 무릎의 각도가 120도 정도 되도록 의자를 조정하는 것이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것을 최소화한다고 한다.
여행지에 도착하게 되면 자는 것과 먹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게 나선다. 질병 또한 먹는 것과 관련된 갑작스런 복통이나, 설사, 식중독 증상 등이 가장 곤혹스럽고 흔히 겪게 되는 일이다.
평소에 건강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증상은 응급조치를 받을 만큼 심각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음식을 먹은 후 갑작스럽게 호소하는 복통은, 더 이상 음식섭취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증상의 변화를 관찰한다.
다른 증상은 없이 복통만 있는 경우, 수시간에 걸쳐 점점 심해지는 양상이 아니라면, 안심하고 한 두 끼 굶고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상비약으로 소화제를 준비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진통제를 함부로 쓰는 것은 좋지 않다.
설사, 구토를 동반한 장염의 경우는 이온음료나 설탕, 소금을 첨가한 보리차 등으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주고, 커피나 우유, 술 등을 피하고 휴식을 취하는데,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라면, 지사제 등을 준비해 한 두 차례 사용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물놀이에서는 눈병을 얻을 수 있다. 눈병이 유행할 때는 물놀이를 피하는 것이 좋지만, 물을 피할 수 없다면 물안경을 쓰고, 손을 자주 씻도록 한다. 눈물과 눈곱이 많아지고 이물감과 충혈 등의 증상이 생기면 직접 손을 대지 말고 깨끗한 물이나 티슈를 사용해서 닦아내고, 얼음찜질로 부종이나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감기를 그것도 휴가기간에 걸리는 것처럼 짜증나는 일도 없다. 이런 경우 휴가를 물릴 수도 없으니, 휴가계획을 조금 여유있게 변경시키는 것이 좋다. 여행 중 열이 나는 경우에는 주위를 서늘하게 해주며,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주고,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면서 휴식을 취하여 열을 떨어뜨려 준다.
혹시 경기 북부지역이나 강원도 일부 지역의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에서 야영이나 민박을 하는 경우에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벌레에 물리거나 귓속에 벌레가 들어가는 경우, 풀이나 나무에 스쳐 생기는 피부질환도 간혹 생긴다. 숲이나 야외에서 생활하게 되는 경우는 몸에 바르는 살충제가 도움이 될 수 있고, 피부 가려움증은 피부 자극을 주지 말고, 찬물, 얼음 등으로 냉찜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
귀에 벌레가 들어가면, 플래시를 비추어 불빛을 보고 벌레가 나오도록 유도하거나 귓속에 식초나 알코올, 글리세린 등을 넣어 벌레를 죽여서 병원에서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여행 중에는 잔 병은 많이 생기지만 사망할 정도로 심각한 병은 그리 많지 않은 데, 대략 10만명 당 4-8명 정도가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여행 중의 사망률은 여행을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2-3배 높으며 이는 사고에 의한다.
올해 휴가여행에서도 생명을 위협하는 교통사고와 물놀이사고, 중독, 화상, 전기감전, 추락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여행에서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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