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이스라엘에서는 보통 12월 하순의 8일동안 '하누카'라고 불리우는 크리스마스 비슷한 시기를 맞이한다. 하누카라는 말은 '봉헌(dedication)'을 뜻하며, 옛날 옛적인 주전 165년, 셀류시드 왕조(Selucid Dynasty)의 안티오쿠스 4세(Antichus IV)는 유대인들의 신앙을 금지하는 칙령으로 유대인들에 대한 탄압정치를 실시했는데, 그에 의하여 더럽혀진 성전을 재탈환하기 위해 유대인들은 반란을 일으켰고, 그 반란이 성공을 거두면서 성전을 정화하여 하나님께 바쳤던, 성전 봉헌을 축하하는 명절이다. 이는 재탈환된 성전의 정결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요한복음 10장에는 수전절(개역), 성 전봉헌절(표준새번역)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양력과 함께 음력을 지내는 것처럼, 유대인들도 유대달력을 사용하는데, 하누카는 12월에 해당하는 키슬레브(Kislev)월의 어느 날부터 8일동안 하누카를 지낸다. 이스라엘에 가면 초가 9개 들어갈 수 있는, 즉 구멍이 9개가 있는 촛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촛대는 오른쪽에 구멍 4개, 왼쪽에 구멍 4개, 그리고 중앙에 구멍이 하나 더 나 있다. 이 촛대는 하누카에 사용되는 '하누키야' 또는, '하누카 메노라'라고 불리는 촛대이다.

첫번째 날에 촛대의 가장 오른쪽에서부터 촛불을 하나 밝히고, 그 다음날부터 왼쪽으로 한 칸씩 이동하면서 촛불을 두 개째 밝히고 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여덟 번째 날에는 여덟 개의 촛불을 밝히게 된다. 그런데 왜 구멍이 9개인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8개의 불을 밝히고 남는, 중앙의 가장 긴 아홉 번째 촛대 가지를 '샤마쉬'라고 부르는데, 샤마쉬의 촛불을 이용해 다른 촛대에 불을 붙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결국, 가운데 있는 샤마쉬는 처음부터 켜 놓고, 나머지 한 초, 한 초에 순서대로 불이 켜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홉 개의 촛불을 밝히는 것이 된다.

매년, 하누카가 되면 이스라엘 국회의사당을 비롯, 주요 공공 건물 앞에 이 시기를 축하하기 위한 거대한 촛대가 설치되고, 시나고그(유대인들의 교회)와 집에서는 밖이 내다 보이는 창가에 하누키야를 놔두고 촛불을 계속 밝혀두는데, 그 이유는 오래전 하누카에 일어났던 역사적인 기적을 대중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어쨌든, 동네방방곡곡의 촛불로 이스라엘 전역은 정말 '촛불잔치'가 된다.

유대인들은 하투카의 풍습으로 치즈와 팬케이크, 혹은 도넛을 먹는다. 크리스마스가 우리에게 즐거운 날인 것처럼 하누카 역시 이스라엘인들에게는 즐거운 명절이다. 때문에 모든 유대인들이 하누카에는 여러가지 게임을 즐긴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드라이델(Dreidel)이라고 불리는 팽이를 갖고 노는 일이다. 이 팽이는 납으로 만들어졌고 사각형태의 옆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이 하누카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옛 것, 조상들의 업적, 역사적인 의미 등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모습이 참 훌륭해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에 살지 않고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면서도, 민족의 전통을 지켜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말이다.

어떤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조상이나 전통을 소홀히 하거나, 혹은 현대사회에 맞추어 살아가자며 모든 것을 간소히 치루어 버리는 우리의 모습은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잊거나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런 걱정이 앞서게 된다.

유대인들은 하누카를 "Hannuka Means Time of Light, Time of Hope, Time of Courage, Time of Gratitude for Peace", 즉, 평화를 위한 빛과 희망, 용기와 감사의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카드같은 하누카카드를 보내곤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