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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이적 사태, DJP 공조 복원, 여야 영수회담 결렬,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 등을 거치며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작금의 정국은 단순한 여야간의 대결구도를 넘어 '3김(金) 1이(李)' 간의 대결구도라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같은 '3김 1이' 정국이 급격히 조성된 배경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김대중 대통령이 '민심수습'이라는 수세적 기조가 아닌, 정면돌파라는 공세적 기조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당초 김 대통령은 악화된 민심의 수습을 위해 새해 들어 일련의 국정쇄신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11일의 연두회견을 앞둔 지금, 청와대의 화두는 더 이상 국정쇄신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보다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기조로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정면돌파책이 굳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앞으로도 야당으로부터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DJP 공조 복원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은 이같은 정면돌파책은 당연히 한나라당과 YS측의 격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둘째, 차기 대통령선거를 대비한 각 세력간의 각축전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3김 1이'는, 자신이 후보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도, 차기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3김 1이' 간의 난타전은 차기 대선 구도가 그만큼 복잡할 수밖에 없음을 예고해 주고 있다.
현재 조성된 '3김 1이' 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지를 예측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8일 DJP 회동을 통한 DJP 공조 복원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이러한 공조가 차기 대선까지 갈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JP가 차기 대선에서 캐스팅 보우트 역할을 즐기며 몸값을 올리려는 것은 거의 본능적인 생존방식이기 때문이다.
DJP 공조에 맞서, 특히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에 맞서 이른바 '창(昌)-YS' 연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아직 희박하다. DJP 공조 복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이회창 총재의 입장에서는 YS마저도 등을 돌릴 때, 차기 대선에서 반(反)이회창 구도가 만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창(昌)-YS' 연대를 만들 때, 그 역시 구정치의 일원으로 취급당할 것이라는 부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총재의 입장에서 창(昌)-YS의 관계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YS가 정치권 김 대통령과 연대하여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된 '3김연합'을 시도할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그와 김 대통령의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상태이며,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는 양자간의 막후타협 가능성보다는 관계악화를 낳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대신 YS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총재를 자신의 영향력 범위에 둘 수 있는 정치적 흥정을 원할 것이며, 자신의 지역적 기반을 무기로 이 총재의 선택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단, 어차피 캐스팅 보우트 역할로 자신의 지분을 챙겨야 하는 YS와 JP의 관심이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처럼 '3김 1이' 구도에는 DJ-창(昌)의 대결이라는 양축만이 존재할 뿐, 고정된 불변의 동지도 적도 존재하지 않는다. 4인은 모두가 한결같이 차기 대선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수익률 게임에 나선 선수들이다. '3김 1이'의 게임에서 최고의 수익률은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지상의 가치이다. 결국 4인은 기본적으로 각개약진속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손을 잡기도 하고 손을 놓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3김 1이' 정국의 근본적 한계이다. '3김 1이' 사이의 대결과 연대가, 정치적 이념과 비전의 차이나 공통점으로부터 생겨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략적 판단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는 어떤 원칙같은 것이 존재하기 어렵고,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 정치가 자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3김 1이' 정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극심한 혼돈과 피로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출구는 없는 것일까. 사실 따지고 보면 어이없는 일이다. 4인 가운데 이회창 총재 한 사람을 제외하면 차기 대선의 후보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어려운 경우이다. 그런데도 이들 사이에서는 차기 대선을 앞둔 치열한 힘의 대결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3김 1이'의 구도가 차기 대선까지 연장되는 것은 구정치의 연장에 불과할 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차기 대선을 그같이 정략과 담합으로 점철된 전근대적 구도가 아닌, 비전과 정책이 당당하게 경쟁하는 선진적인 구도로 변화시키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새로운 정치를 말해왔던 정치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러한 일을 해내야 할 책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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