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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돈의 선거자금 유용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이 극한대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안기부의 돈을 받은 후보들의 리스트가 한 언론에 '특종공개'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이번 수사의 의도와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짚어보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편집자 주)
| ▲ 평소 한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입버릇 처럼 자랑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밝혀진 강삼재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에 대한 검찰수사는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키며 여러 논란거리들을 낳고 있다. 여권이 정국의 정면돌파 기조를 설정하고 여야 영수회담의 결렬을 전후한 시점에 사건이 급부상하였다는 점에서, 야당을 제압하기 위한 정치성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안기부돈 사건의 본질 1> 대통령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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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돈 사건의 본질 3> 언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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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돈 사건의 본질 4> 젊은 의원들의 선택
젊은 의원 26인의 긴급 희망찾기 - 공희정 기자
사실 그간의 과정들을 놓고 보았을 때,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여권의 의도가 액면 그대로 '국기(國基) 수호'에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여당 지도부가 검찰 수사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발언들이 공공연히 튀어나왔고, 여당측은 시종일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공격의 화살을 겨누었다. 여권은 당초부터 이 사건 수사를 정국주도권 장악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거나, 최소한 그같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 그같은 정략적 의도만을 탓하고 있기에는, 불거져 나온 사건의 내용이 너무도 충격적이다. 1000억원대의 안기부 예산을 유용하여 여당의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틀 자체가 부정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안기부같은 정보기관이 기업 등에서 돈을 걷어 여당 선거자금을 지원했으리라는 추정은 가지만, 이처럼 버젓이 국가예산을 가지고 선거를 치렀으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평소 한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입버릇처럼 자랑해왔다. 그러던 '문민정부'에서 국가예산을 가지고 여당선거를 치렀다니. 그러느니 차라리 돈을 받는게 나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이 사건은 김영삼 정부가 경제는 망하게 만들었어도, 일련의 개혁에 관해서는 인정해줄 부분이 있다던 그간의 평가조차도 수정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사건의 폭발력이 큰만큼, 수사를 둘러싼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여당은 국고환수와 관련자 전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야당파괴공작임을 주장하며 당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섰다. 여야간의 대결속에서 검찰도 뒤질새라, 선거자금을 받은 정치인 명단을 유출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지금 안기부 예산 유용 사실에 대해서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수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여권의 모습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수사가 정치공방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본연의 궤도를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찰이 수사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은 무엇인가. 안기부 예산을 여당 선거자금으로 유용하도록 결정한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일이다.
여러 언론들도 지적했듯이, 안기부 운영차장이라는 일개 간부가 1000억원대의 안기부 예산을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강삼재 의원 경우도 당시 집권여당의 실세였다고는 하지만, 그같은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1000억원대 안기부 예산 유용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인물로는 김영삼 전대통령, 김현철 씨, 이원종 정무수석 정도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가 누구였든간에 자금집행의 배후가 누구였는가를 밝히는 것이야말로 이번 사건 수사의 본령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수사의 핵심 과녁에 집중하지는 않고 정치적 논란거리만 제공하고 있는 검찰의 모습은 무척 실망스럽다. 자금 지원의 배후에 대한 수사에는 관심이 없고, 야당 흠집내기에만 관심이 가있는 변죽울리기 수사라면 지금 당장 중단하는 것이 낫다. 설혹 명단 유출 같은 방식이 야당을 압박하여 야당이 수사에 응하도록 하기 위한 작전이라해도, 결국 이번 수사가 야당 흠집내기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돈을 받은 정치인들이 누구였냐 하는 점은 세간의 흥미거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수사의 핵심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검찰이 여당 역할까지 하고, 여당이 검찰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비쳐질 때, 이번 수사는 결국 야당 죽이기를 위한 고도의 기획수사였다는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검찰이 씨름하고 있을 것은 돈을 배분하고 배분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아니다. 국민의 혈세를 유용하여 여당의 선거를 치르도록 한 배후가 과연 누구였는가를 밝히는 일에 검찰은 승부를 걸어야 한다.
여야 또한 책임있는 처신을 해야 한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삼재 의원은 검찰에 출두하여 진실을 밝히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파문이 이렇게까지 확대되었는데 정치공작임을 주장하며 수사를 거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여당은 이 사건 수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공세를 중단해야 마땅하다. 그같은 정치공세가 검찰수사의 신뢰성만을 훼손시키게 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럴 시간에 '민심이반'과 '국정쇄신' 대책이라는 본연의 고민거리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는 토대가 이번 기회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검찰이 과연 자신들이 밝힌대로 정치적 고려없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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