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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네 주택가의 가게에 들렀다가 맞은편의 오락실 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 셋이 주위의 눈길도 아랑곳 않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요즘은 담배를 배우기 시작하는 연령이 초등학교 때부터라는데, 그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최근 40대 이후의 흡연율은 감소하고 있고, 실제로 주변에서 담배를 끊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여성과 청소년들의 흡연은 훨씬 자주 눈에 띈다. 옛날에는 안보이는 곳에서, 숨어서 피우던 것이 이제는 드러내놓고 피우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도 우리나라의 청소년, 20-30대 흡연율은 세계 최고이며 그것도 모자라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담배에 대해 관용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태도가 나이 어린 학생이나 젊은 사람들이 쉽게 담배를 배우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고,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담배의 해로움에 대해서는 심지어 담배회사조차도 금연광고를 하는 세상이고 흡연으로 인한 경제손실이 6조 원이나 되는 현실이지만, 한편에서는 애향운동 운운하며 흡연을 부추기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있는가 하면, 여성잡지의 광고페이지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담배광고다.
이 정도가 되면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과 담배를 피우는 행동과는 정말로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며, 흡연으로 인한 건강의 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흡연을 줄이는 데 별로 기여를 못할 것 같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실제로 금연방법에도 몸에 냄새가 밴다든가, 손이나 치아에 착색이 된다든가 하는 심미적인 이유를 강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뒤로 미뤄질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얼마나 신뢰성과 비중을 가지고 이런 노력(흡연의 위해성을 이해시키는 일)을 지속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담배로 인한 제일 중요한 건강상의 문제는 암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의 2배, 심한 흡연자는 4배의 암사망률을 보인다. 전체적으로 모든 암에 의한 사망의 30%는 담배에 기인하며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이 담배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폐암의 경우 90% 가량이 담배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폐암이 1950년에 비해 250% 증가하였는데 이는 20년 전의 담배 소비의 증가와 일치한다고도 한다.
흡연에 따른 폐암의 발생은 하루의 흡연량, 연기를 마시는 정도, 흡연시작 연령에 따라서 증가하는데 하루 2갑 이상 흡연하면 비흡연자에 비해서 폐암 발생률이 22배 정도 증가하며 1갑 정도 흡연시에는 11.2배 정도 증가한다.
담배연기를 마시지 않을 때에는 암발생률이 8배 정도 증가하나 깊이 마시는 경우에는 17배 정도 증가한다. 흡연 시작이 15세 이전인 경우는 25세 이후에 비해서 4배 정도 증가하고 비흡연자에 비해서는 18.7배 증가한다.
여성의 흡연은 남성의 흡연보다 의학적으로 더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최근 여성흡연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도 하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같은 양과 같은 기간의 흡연으로도 전반적으로 건강상 더 많은 피해를 받는다. 흡연에 의한 여성의 폐암발생률은 남자에 비해 2배나 높다.
또 흡연여성은 남성보다 담배를 끊기가 더 힘들다. 이는 여성의 생리적인 특징과 심리적인 요인이 금연과정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 끊기가 더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임산부의 흡연은 태아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힌다. 유산, 사산, 조산의 위험이 높고 기형아나 발육부전으로 인한 저체중아 출산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출생 직후 영아의 소변에서 담배 속의 발암물질이 검출된다는 보고도 있다. 일단 정상적인 아기를 출산했다고 해도 그 아이가 커서 저능아 또는 문제아가 될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혼전에 담배를 피우는 여성 중 많은 사람들이 결혼 후 또는 임신 후 담배를 끊으면 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는데, 영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흡연하는 여성의 62%가 임신 후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 피운다고 했다.
한편, 청소년 흡연의 문제는 미래의 문제다. 미국 공중보건학회지 3월호에는 12-13세에 금연 TV광고를 본 청소년이 광고를 접하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흡연을 덜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실린 바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흡연자를 창출해야 하는 담배기업의 광고는 미래의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 알게 모르게 청소년을 상대로 끊임없이 유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지 못하는 법이 있다 하더라도, 집에서는 아버지나 형이 담배를 피우고 있고, TV에서는 청소년의 우상인 탤런트들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담배를 피우고 있고, 주위에서는 친구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주위에서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서 청소년들에게 '담배는 해롭다. 피우지 마라'고 하는 말이, 어른들이 자기들을 통제하는 상투적인 수단이라고 할 법도 하지 않겠는가.
이제 더 이상 흡연은 개인의 기호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법원은 흡연자에게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남의 건강까지도 해치는 행위로 규정하고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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