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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지역에 살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 탑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그저 ‘남한의 가운데에 있어 ‘중앙탑’이라고 한다’는 것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때까지 소풍이다 들놀이다 해서 십여 번도 더 찾았던 곳이 탑평리 칠층 석탑이건만 내가 알고 있던 것은 고작 그게 전부였다.

▲ 탑평리 칠층 석탑/ 충주 탑평리에 있는 '탑평리 칠층 석탑'이다. 남한의 중심부에 있어 '중앙탑'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통일신라 석탑 가운데 유일한 칠층 석탑으로 가장 큰 탑이며, 탑이 주는 상승감이 매우 인상적이다.ⓒ 권기봉
물론 중앙탑이라는 명칭이 전혀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전래되는 이야기에 따르면, 통일신라 당시 신라 영토의 남쪽 끝과 북쪽 끝에서 한날 한시에 사람을 영토의 중앙을 향해 출발시키면 이곳에서 만난다고 한다. 물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은 없지만, 실제로 지도책을 펴놓고 보면 한반도 남반부의 중앙 부분에 위치하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탑평리 칠층 석탑은 통일신라 유일의 칠층 석탑이자 가장 높은 탑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보면 높은 기단 위에 있어 웅장한 맛이 한껏 더해지는데 순수한 높이만 해도 14.5m에 이르는 거대한 탑이다. 특히 위로 치솟은 느낌이 강해 너른 들판과 남한강과 대비되어 상승감이 더하다.
탑이 너무 크기 때문일까. 땅과 면한 지대석만 해도 한 장의 돌로 만들지 못하고 여러 장의 판석들을 맞대어 만들었다. 또한 아랫층 몸돌도 한 장의 돌로 만들지 못하고 여러 장을 이어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크기만 커서 아름다운 문화재가 어디 있을까.

세세한 부분에서도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탑평리 칠층 석탑은 다른 탑에서는 보기 드물게 각각의 기단 갑석이 마치 다른 지붕돌의 그것처럼 위를 향해 한껏 치켜 올려져 있다. 한편 각 지붕돌의 귀퉁이에는 풍령이나 다른 장식물을 달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구멍들이 나 있다.

▲'탑평리'의 유래/'탑평리'라는 지명을 가진 이곳의 옛 지명은 '탑들'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탑이 있는 들'이라는 뜻이라 한다. 한편 이 탑이 있던 일대는 절터로 여겨지며 실제로 주변에서 사찰과 관련한 유물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 권기봉
또한 이 탑이 갖는 특징으로 노반이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노반이란 탑의 구조를 말할 때 기단부와 탑신부에 이어 가장 꼭대기 부분인 상륜부의 기초가 되는 부분을 말하는데, 원래 이름은 승로반(承露盤)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중국 한나라 무제(武帝)가 단 이슬을 받기 위해 건장궁에 만들어두었던 동반이 노반이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1917년 당시 이 탑을 전면적으로 해체 복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 6층 몸돌 안에서 구리거울과 은제 사리합, 목제 칠합, 각종 서류 조각들이 나왔다고 하며, 기단에서는 청동으로 만든 뚜껑이 달린 합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은으로 만든 사리합 안에는 사리병과 함께 실제로 사리 몇 알이 흩어져 있었다고 한다.

탑평리 칠층 석탑은 남한강가에 바로 면한 위치에 서 있어 실제 탑을 보았을 때의 느낌이 매우 강하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가 폐사지의 탑이라니.. 이전의 신경림 시인도 이 탑을 보고 또 이 탑에서 바라보는 가을 남한강이 그토록 멋있다고 읊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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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과 탑/ 바로 옆으로 남한강이 흐르는 곳에 위치한 이 탑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권기봉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남한강에는 특별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때만 해도 소백산맥 이남 땅에서 나는 물자를 서울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소백산맥을 넘어 이곳 남한강을 통해야만 서울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이 물을 타고 가다 보면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서울에 당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 옛날 뗏목이나 거룻배의 사공들이 이 탑을 길잡이로 하여 배를 저었을 생각을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www.SNUnow.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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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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