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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을 보니 존 내쉬의 사진과 함께 곧 영화가 개봉되는 '뷰티플 마인드'라는 책이 소개되었다. 작년에 나는 같은 내용의 책을 <아름다운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아주 즐겁게 읽었는데 새삼 그 감동이 기억나 그 책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자 적어본다.

존 내쉬는 아주 평범한 중산층 미국인 출신이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비범한 사람이었고 그의 비범함 때문에 그의 일생은 화려한 데뷔와 끝간 데 없는 추락을 맞는다.

누구나 일생을 살면서 '나도 지금보다 머리가 좀더 좋았으면 출세를 했겠지', '돈도 벌었겠지' 생각하게 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인간의 능력은 오히려 누구에게나 동등한 것이 아닌가, 다만 어떤 사람은 그것이 지능에 집중되었고 어떤 사람은 감성에, 어떤 사람은 체력에, 그도 아닌 사람은 그저 골고루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존 내쉬처럼 지능이 집중적으로 발달한 사람은 과부하가 걸린 전선에 차단기 스위치가 없는 것처럼 정신분열이라는 재난을 맞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는 머리가 비상하게 좋은 것 이외에는 인간적으로 좋다고 하는 어떤 것도 갖지 못했다.

여자에 대한 생각, 동성에 대한 생각, 명예에 대한 집착, 가족에 대한 애정 등등. 그러나 그렇다고 그를 비열한 인간으로 보기에는 그의 천재성이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저 수학 잘풀고 공부 잘해서 유학가고 하는 비범한 천재들의 이야기에 비해 위험하고 건방지고 괴팍하지만 그래서 그가 서 있는 벼랑 끝은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전반은 그의 천재성으로 인해 눈부시게 촉망받는 젊은 수학자의 출세가도를 보여준다. 그는 20대에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게임이론에 관한 논문을 썼고 23세에 이미 MIT 강사가 되었다(이 논문은 수학이 아닌, 경제학 분야의 지대한 영향으로 97년 그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주었다).

프린스턴에 모인 독일의 전후 천재 교수들은 많은 천재들을 어떻게 천재적으로 가르쳤는지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들의 인생에서 돈이나 명예보다 천재들간의 경쟁이 얼마나 중요하고 치열했는지, 스스로가 인정하는 천재가 되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존 내쉬는 그런 천재들 가운데도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정신적 안정감에서는 누구보다도 약한 모습이었다. 그는 정신적인 4차원 세계에서 자신이 필요할 때만 현실세계에 맞추는 이중적 사고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있을 때 그는 자신의 관심분야 이외에는 모두 방기해버리는 생활을 반복하다 결국 그 차원의 끈이 끊어져 사차원 세계에서 살게 된다. 즉 정신적으로 그는 우주에서 사는 삶을 시작한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존 내쉬의 끝없는 투병생활과 그로 인한 가정의 분해,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를 끔찍한 정신병원에서 구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특히 그의 아내 엘리샤는 MIT 출신에 뛰어난 외모와 사교술로 화려하게 살 수 있는 여자였지만 여러번 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프린스턴 대학은 존 내쉬가 유령이라는 별명으로 강의실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쓰곤 하는 일을 묵인하고 그에게 학교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 그것은 아마 그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었을 것이다.

1970년대에 내쉬는 프린스턴 전산실에서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웠다. 그는 수학에 몰두하는 방법으로 그의 정신분열증을 고친 것이다. 삼십년 이상 잊혀진 천재를 되살리기 위한 학계의 노력은 학문의 진정한 가치와 힘을 보여준다.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과정도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삶에 대한 가치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천재란 선과 악, 돈과 명예, 행복한 삶, 현재와 미래 이런 모든 것들과 떨어져 홀로 벼랑 위에 서있는 자인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

실비아 네이사 지음, 신현용 외 옮김, 승산(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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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며 인테리어 디자인과 디자인 컨설팅 분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건축의 현대화와 중국전통건축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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