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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살면서 알게 되었는데, 정말 무서운 것은 물입니다. 서울이라고 홍수에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만, 어느 정도 예보 장치가 되어 있고 유사시에 대처할 만한 여건이 좋지만, 시골은 특히 외따로 떨어져 살면서 겪는 큰비는 정말 혼자서 치러야 하는 자연과의 대결이지요.
서너 해 전에 큰비가 내렸는데, 다행히 살던 곳이 좀 높은 지대라 침수 염려는 없었지만, 뒤곁에 쌓아 놓은 돌담이 사태가 나며 무너져 내려 물길을 막아 자칫 낡은 벽을 무너뜨릴 뻔했지요.
중부지방을 강타했던 큰비는 며칠 사이에 한 해동안 내리는 강수량만큼을 퍼붓는 바람에 의정부, 송추, 연천 일대에 큰 피해를 주었지요. 유난히 골짜기가 많은 수동지역도 큰 피해를 보았는데, 큰비의 시작이 새벽에 퍼부어서 더욱 피해가 많았지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곤히 자고나니, 바깥이 온통 폭격 맞은 전쟁터같았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부러져 있고, 도로가 내려앉고, 다리마다 물에 떠내려 온 나무들이 걸려서 난간이 모두 부서져 있고, 전신주가 쓰러지고, 읍으로 나가는 유일한 도로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내려앉고, 벌건 물들은 이를 드러내듯 도로를 갉아대고 있었지요.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지난 밤에 집에 들어올 때도 마을 입구에 있던 낚시터에 캐미라이트가 여기저기 던져져 있어, 참 한가롭다는 느낌으로 바라보았는데, 하루 아침에 낚시터는 흔적도 없고, 난데없는 모래언덕이 쌓여 있더군요. 나중에 들으니, 새벽에 퍼부은 비로 낚시터 주인이 급히 가족을 데리고 피신하였는데, 막 불어난 물에 자동차가 떠밀려갈까봐 그걸 건지러 들어갔다가 그만 물에 휩쓸려 자동차와 함께 떠내려갔다더군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큰물이 가시고 포크레인이 며칠째 파헤쳤지만 주인의 시신은 찾지도 못하고, 일주일쯤 지나서 북한강 쪽에서 찾았답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아찔한데, 마침 그 낚시터도 새로 인수한 지 며칠 되지 않아 겪은 일이라니, 사람의 운명이 참 묘하더군요.
그 바람에 없는 돈에 화재와 풍수해 보험을 들었는데, 제가 사는 수동은 무슨 3급지역이라고 보험료도 비싸더군요. 일년에 십여 만원으로 일단 물과 불 걱정은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600mm라는 초유의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피서철을 맞아 골짜기에 텐트를 쳤던 피서객들이 많이 피해를 보았지요. 물골에서만 7-8명이 사망했다니 큰 피해입니다.
나중에 마을 노인들에게 들으니, 임야를 마구 파헤치고 나무를 베어 그대로 둔 것이 탈이라더군요. 벌겋게 벗겨놓은 산들이 사태가 나고, 여기저기 베어 놓은 나무들이 떠내려와 다리마다 막아버려 물들이 범람하였는데, 골짜기마다 물가로 행락시설을 늘이고, 흙을 메꿔 집을 짓는 바람에 큰물이 나면 자연히 물높이가 올라가는 거랍니다.
이런 걸 보아서도 가능한 집을 지을 때는 높은 곳은 토목을 단단히 하고, 특히 물골을 잘 잡아 놓되, 베어낸 자리에는 잔디나 대체 조림을 확실히 해두어야 합니다. 또 물가처럼 낮은 곳은 충분히 흙을 쌓아올려 물길을 피하고, 가능한 마을 사람들에게 큰물이 났을 때의 물높이를 알아두어야 하겠습니다.
대개 교량이나 하천 폭은 무한정 크게 할 수가 없어서 몇 십년의 평균 강우량에 대비한 것인데, 삼십년 하천이니, 20년 교량이니 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삼십 년에 한 번, 이십 년에 한 번꼴로 큰물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이더군요.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로 변하며, 여름철 장마가 집중호우의 성격으로 바뀌고 있으니, 물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만약 큰물이 날 경우, 조금의 미련도 없이 우선 몸부터 피해야 하겠습니다. 대개 목숨을 잃는 경우를 보면, 물건을 꺼내려고 다시 들어가다가 봉변을 당한 경우가 많더군요.
그리고 뒤에 가파른 산자락이나 깊은 골짜기를 끼고 있는 경우, 자연적인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자연 구거(골짜기물)의 경우 관을 매립하는 것보다는 일단 열려진 골짜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며, 주변의 흙이 깎여나가는 경우만 막는 한편, 덤불이나 넝쿨 식물들을 베어내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아무 쓸모도 없을 듯한 칡덩굴이나 담쟁이도 큰몫을 하고, 그늘진 절개지에는 빠르게 번지는 비비취나 조팝나무, 드룹나무 같은 뿌리가 잘 번지는 것을 심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태의 경우는 낙엽이나 솔잎으로 두텁게 쌓여 있는 경우, 엄청난 비에도 스폰지처럼 물을 빨아 들이고 흙을 움켜쥐는 효과가 있는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벗겨낼 경우 아무리 작은 면적이라도 그 부분으로 빗물이 스며들어가면서 단단했던 지반이 갈라지며 사태가 난답니다. 그러니 뒤편에 산자락을 두고 있는 집의 경우, 가능한 배후의 숲이나 나무, 땅은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오래전부터 생긴 물골은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는 것이 좋으며, 다져진 땅이나 개울 바닥은 의외로 안전하지만, 새로 파서 만든 물골은 토사가 밀리거나 무너져 나갈 염려가 크고, 특히 퍼낸 흙을 되담아 쌓은 지반이나 언덕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최근에 만들어진 도로는 큰물이 났을 경우, 빗물이 모여서 흐르는 수로 역할을 하기 쉽고,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는 흡수력이 없이 그냥 모아진 물들을 빠르게 흘려 보내는데, 문제는 이 물이 도로 아래로 흐르는 개울로 떨어질 때, 흐르는 물과 소용돌이를 일으켜 도로 밑의 흙들이 반드시 패어나가 도로가 내려앉는 일이 발생합니다.
대체로 개울물을 따라 만들어진 도로에는 집수정이나 암거를 만들어 큰물에 도로가 두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런 곳은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니 이장님과 상의하여 면사무소나 군청에 요청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공사를 해 주기도 합니다.
요즘 시골집자리를 찾는 분들이 무조건 물가만 좋아하는데, 옛부터 집자리가 있던 곳이 아니라면 각별히 큰물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두어야 하며, 마을 노인분들께 큰물이 났을 때의 최고 수위를 물어 집 높이를 그 정도로 올려 놓아야 합니다. 우리 선조들이 마을 자리를 잡을 때, 물을 가까이 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내다 보던 지혜를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대체로 6월부터 7월 장마는 꾸준히 내리는 경우가 많아 큰 피해가 적지만 8월 이후의 늦장마가 태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많아 오히여 큰 피해가 많습니다. 태풍이 올 때는 미리 바람에 날아갈 물건들을 안전하게 치워 놓아야 합니다. 안 그랬다간 유리창이 깨진 거실에서 고생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장마철에는 정전에 대비하여 손전등이나 양초도 준비하고, 부득이한 절개지에는 비닐로 덮어 두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을과 떨어진 곳에서는 이웃이나 가까운 파출소나 소방서의 전화번호를 알아 두어야 합니다. 또 집 옆의 큰 나무가 있는 경우, 태풍이나 낙뢰 피해를 대비해 지붕 위로 뻗치거나 전선 위로 뻗친 나뭇가지는 미리 잘라두고, 전선에 접촉된 나뭇가지는 한전에 연락하면 긴급보수반이 달려옵니다. 혼자서 사다리를 놓고 우중에 올라가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마철에는 물을 피해 뱀들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있으니 비 온 직후에는 마당의 풀섶이나 창고에 선뜻 들어서기보다 발소리를 충분히 내고 걸어다니기 바랍니다.
장마철에는 또한 가축들도 약해지기 쉬운데, 닭이나 토끼도 습기에 약하니 비를 맞지 않도록 지붕이나 문을 잘 닫아 주어야 하며 주기적으로 통풍도 시켜 주어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닭은 비를 맞아도 되는 줄 알았다가 하룻밤 사이에 기르던 닭들을 다 잃고 말았지요. 토끼는 특히 습기에 약합니다. 토끼장은 지면의 습기로부터 충분한 거리로 공중에 띄워 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비에 젖은 풀은 말려서 주어야 하고, 여의치 않을 때는 사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